Day 4(4월 20일) 미인들은 인도를 좋아한다(바라나시 첫날)

 

5시 정도 깨어보니 기차는 여전히 열심히 가고 있고 숙취와 온몸의 열기로 7시까지 침대에 누어서 빈둥거리다 씻고 일기를 쓴다.

기차는 아침 7시 3o분 도착 예정이었으나 10시에 바라나시에 도착하다.

첫 인상. 뜨거움, 먼지, 엄청난 인파, 혼잡함, 경적, 무거운 짐, 수많은 릭샤.

역에서 두 명이 한조가 되어 릭샤를 타고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는 고돌리아 거리까지 앞 뒤로 짐의 무게를 한껏 느끼며 불편한자세로 가다가 입구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가다.

숙소인 바바게스트 하우스는 마치 어디 빈민굴 같은, 영화에서 봤던 마약소굴처럼 음침하고 컴컴해 도착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을 주는, 기분엔 단 하루라도 견디기 힘들 곳 같은 곳이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불과 하루가 지나 글을 쓰는 이 시점엔 여기가 편안한 숙소로 바뀌어져 있다.)

전기와 수도와 선풍기는 고장이 나 있고, 쇠창살문으로 원숭이가 떼거리로 넘어 들어오고, 벽 천장에는 도마뱀이 친숙히 달라붙어있다.

어쨌든 방에 짐을 풀고 식당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일행들과 식사를 한다.  일차 나와 합류한 사람이 남자가 3명, 여자가 3명해서 7명. 오늘 여기 바라나시에 먼저 도착해 여행 중인 나머지 6명과 합류가 된다.

식사를 하는 도중 왁자지껄 시내 관광을 갔다 왔던 그네들이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와 소개를 간단히 하고 어울려서 같이 식사를 한다.

인도가 미인들을 부르는 것인지 미인들이 인도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네들을 본 첫 느낌은 용모가 반듯하니 평범 이상은 되 보여 자연스레 자기소개 멘트도 [미인들은 인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라고 하고 13명 일행 중 내가 최 연장자가 되어(42세 노총각은 나 있기 전에는 어르신이란 호칭이었고 나에게는 왕 어르신이 호칭이 부여된다)그날 점심식사는 내가 쏘고 방으로 올라오다.

몸이 워낙 좋지 않아 오후 늦게, 한낮의 뜨거움을 피해 나가려했으나 2층 공사 소음으로 더 이상 방에 있지 못하고 결국 배낭을 메고 가트로 나가다.

갠지스 강을 따라 가트 순례를 계속 하고, 물소 떼, 화장터, 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호객꾼, 강을 따라 힘들면 앉아서 쉬고 또 걷고 하면서 3~4시간 갠지스 강을 따라 배회하다가 시장터의 혼잡을 헤치고 미로 같은 골목길 따라 겨우 길을 잃지 않고 숙소인 마약 소굴로 돌아오다.

온몸의 열기 때문에 정신도 명쾌하지 않아 주머니 속 방 열쇠를 찾았다 잃었다 건망증의 극치를 보여준다.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다.  원숭이들이 내가 들어 온지 어떻게 알고 환영인지 조롱인지 한 마리가 붙어있다 어느새 두 마리, 또 세 마리 나를 신기하듯 바라본다. 몸도 마음도 부자연스러움이 넘쳐나고 부조화가 느껴진다.

비몽사몽하다 저녁 7시 가트에서 여신에게 드리는 제사를 보기 위해 일행과 나가 취한 듯 여러 사람들과 섞여 보다 의식이 끝난 후 다음 일정에 대해 지미에게 강하게 이야기 한 후 먼저 숙소에 들어와 취침하다.

코피는 오늘도 터지고 온몸에 열기는 여전하고 뭔가 관계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 부담, 내적인 반동. 잠은 비교적 숙면을 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