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9. 4월 25일 화) 에로틱의 극치 카주라호 서부사원에서 하루를 보내다.

 

 밤새 몸살 끼와 온몸의 열기로 시달리다 아침에 일어나니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 온다.

호흡이 얕아지고 기혈의 흐름이 좋지 않은데다 전날 부실하게 먹은 것 때문에 허기까지 겹쳐 몸 상태가 최악 이전이다.

그래도 굶어서 그런지 사지를 움직여보니 몸은 약간 가볍다. 어쨌든 용감하고 씩씩하게 숙소를 빠져나와 여명의 카주라호 서부사원에 입장하다(150루피).

새벽의 청명하고 신선한 공기 좋은 파장. 녹색의 잔디, 나무, 형형색색의 꽃들. 새들의 지저귐, 향기로운 냄새. 사원주위에는 우주의 생명 에너지가 듬뿍 고여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면서 책을 보면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초콜릿을 먹으며 사원 하나 하나를 음미하듯 세심하게 살펴보다.

진정 놀랄 정도의 웅장함, 화려함, 세밀함. 사원 하나하나가 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 같은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거의 없고, 인도에서 모처럼 시원하고 또한 이 신선한 공기. 아, 이게 얼마만인가. 천천히 느긋하게 걷고, 보고, 호흡하다.

계속 깊은 숨을 내쉬며 내 몸 안에 인도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쌓여있는 매연과 먼지 찌꺼기들을 계속 토해내고 사원 안에 신성하고 충만한 우주에너지를 듬뿍 들여 마시며 [내 몸은 변하고 있다. 내 몸은 치유되고 있다 내 몸은 정화되고 있다.] 계속 주문과 자기 암시를 되풀이하다.

외국인 아가씨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다. 다음부터는 혼자 다녀도 주위사람에게 부탁해 내가 포함되어 있는 사진을 종종 찍어야겠다,생각하고 사원을 지키는 경찰관을 활용해 여러 컷 좋은 사진을 찍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을 확인해서 보여주고 잘 찍었다고 칭찬해주니 기분 좋아진 경찰관이 사원에서 미처 찾지 못한 아주 에로틱한 조각상(미투나)을 몇 개 찾아서 보여준다.

우선 더워지기 전까지 후딱 한번 본다는 자세로 좀 더 속도를 내어 스치듯 지나가는데, 차분한 혜경 반갑게 아는 체하며 사진을 찍어준다. 일단 한 번의 순례를 마치고, 마지막 사원 뒤쪽 벤치 그늘에 앉아 반 결가부좌에 웃통 벗고 호흡에 집중하다.

몸이 점점 정화된다. 치유된다고 중얼거리며 내 체질이 여행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 인도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다.

빛 명상, 초 광력을 계속 청하다.  몸의 찌뿌드드한 열기가 점점 사라지고, 처음엔 호흡이 잘 안 되던 것에서 점점 깊은 호흡이 가능해지다. 눈에 힘이 모아지고, 기혈에 흐름이 순해지며, 손발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다.

계속 명상하는데 전 선생이 지나간다. 그다음 혜경이 지나가며 과자 비슷한 뭔가를 주는데 맛이 이상하다. 마음은 순해 보이는데 내면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느껴진다. 얘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준다.

다음엔 민지가 지나가고 점점 이자리가 불편해져 새로운 아지트를 찾아나서 아주 멋진 곳을 발견하다.

붉은 꽃이 범벅으로 만개한 나무 사이로 너무도 아름다운 사원이 조화롭게 펼쳐지고 바로 옆 그늘이 풍성하게 드리워진 벤치를 찾아내 새로운 아지트 형성하다. 거기에 웃통을 벗고 앉아 여행 영어책을 공부하며 명상하고 호흡하며 시간을 보내다.

10시까지는 시원하고 청명했으나 점점 무더위가 감지되다. 식사를 하러 사원을 나오는데 한번 나가면 재 입장을 할 수 없어 겨우 사정해서 30분간 시간을 얻다.

식당에서 전 선생 만나 점심을 얻어먹고 다시 사원, 내 아지트로 돌아와 세스 영어회화 테이프 1~17까지 2시간 동안 서서 듣다가, 앉아서 듣기도하며, 잠깐 또 졸기도 하고 호흡도 하다가 그럭저럭 4시가 다되어 사원에서 나오다.

숙소에 돌아와 위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혼자 6개월 동안 배낭여행하는 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 인도 여행에 있어 여러 가지 안전에 대한 충고를 경청하고 저녁밥으로 비빔밥을 시켜 집에서 가져온 고추장에 비벼먹다.

방에 들어와 씻고 경비에 쓸 달러가 부족한 것 같아 작은 가방에서 200불을 꺼내다. 지미가 들어온 김에 방값과 내일 차비 지불하고 막내에게 2천 루피, 지수에게 천 루피 밥값에 보태주라고 지미에게 주다.

 

H,E,L

1. 사원에서 남녀의 성기가 노출된 적나라한 성교 장면이 있는 미투나를 여러 개 발굴하여 사진으로 찍어놓다.

2. 절대 건강을 과신하지 말라.

 온몸에 열기의 원인은 바로 먼지 매연일수도. 불편해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

3. 지금 이 시간들은 그 어느 때도 가져보지 못한 그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귀중한 시간들이다.

 지금 이 순간을 부정적인 어느 누구, 어떤 생각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말라.

4. 내 몸이 점점 변화되고 있고, 적응되고 있고, 치유되고 있고, 정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