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일째 6월 29일> 이스터 섬 3

아침에 일어나 이스터의 일출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와 11시까지 마을에서 가까운 아후 타하이 쪽 바닷가를 산책하다.
기념품점에서 친구들 선물용으로 열쇠고리를 사다.
숙소에 돌아와 짐을 꾸리고, 원래 어제 가이드가 공항까지 픽업해주기로 했으나 가이드가 오지 않아 그냥 택시 대절(3달러)해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하려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시골 기차역 정도 크기인 공항 대합실에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확인해 보니 12시 50분에 출발하는 걸로 알고 있는 내 비행기는 11시에 이미 출발해버린 것이다.
한참 망연자실해 있는데 공항 직원이 이틀 후에 떠나는 12시 50분 비행기로 다시 예약을 해준다.
공항을 나와 터벅터벅 짐을 끌고 마을 쪽으로 걷고 있는데 차가 한 대 서서 보니 어제 그 가이드가 아는 체한다.
자기는 내가 비행기 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줄 알고 10시 전에 픽업하러 숙소에 왔는데 내가 없어 그냥 갔다 다시 공항으로 내 시간에 맞춰 온 것이다.
일단 그 친구의 차를 타고 마을로 오다가 그 친구 소개로 그 전보다 싼 숙소(20달러) 구하고, 거기다 짐 풀고 가벼운 행장을 하고 섬을 걸어서 한 바퀴 일주한다는 자세로 이틀 동안 차로 가본 곳 중에 경치가 좋았던 곳을 위주로 해변을 따라 쭉 걷다.
배낭 속에든 빵하고 햄으로 점심을 먹고 멀리 태평양을 바라보며 잠시 앉아서 쉬다.
멀리 깎아지른 듯 절벽과 기암괴석, 수중여와 파도가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고, 그곳을 목표로 빠른 걸음으로 거기에 올라가 동굴 비슷한 곳, 금잔디처럼 매우 푹신하고 광채 나는 풀 더미에 누워 눈앞에 펼쳐지는 산과 바다와 기암절벽과 파도가 연출하는 자연의 장엄한 삼차원 교향곡을 감상하며 명상에 들다.
얼마간 거기 있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쭉 걸어 내려오다.
갑자기 눈에 번쩍 띄는 광경. 남자 둘이서 낚시로 잡은 듯 보이는 상당한 크기의 벵에돔 비슷한 고기 5-6마리를 손질하러 바닷가 선착장 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그렇지 않아도 낚시에 계속 미련이 있는 참이라 거기 가서 물어보니 섬 건너편에서 낚시로 잡았다하는데, 남자 생김새가 하나는 쾌남 형으로 영화배우처럼 꽤 잘 생겼고, 한명은 인상이 맘씨 좋은 아저씨 같은데, 생선 배를 째고 안에 있는 내장을 꺼내 손질하다 간 비슷하게 생긴 것을 바로 입안에 넣어 오물오물 맛있게 먹고는 나에게 권하기에 정중히 사양, 어차피 내일 하루 더 있어야 하기에 이 사람들과 같이 낚시에나 따라갈 요량으로 꼬드겨 거의 잘될 것처럼 말이 됐으나 어쨌든 실패하고 거기를 떠나 좀 더 내려와 스쿠버 하는 곳에 들러 내일 10시부터 1시까지 스쿠버하기로 예약하고(60달러), 마을 쪽으로 들어오다.
꽃으로 예쁘게 단장한 레스토랑에서 이번에도 참치로 익힌 요리 주문하는데 할아버지 두 분이서 한명은 서빙, 한명은 요리하는 게 특이하고도 재미있다.
천천히 사진정리하면서 나온 음식을 먹다(밥은 맛이 간 것 같아 먹지 않다).
마을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오니 거의 7시 정도.
상점에서 바로 구운 뜨끈뜨끈한 빵, 환타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일부 좀 먹고, 사진정리 좀 더 하고 자다.

H,E,L
1. 이스터 행 비행기는 이틀에 한 번, 산티아고에서 왔던 비행기가 승객을 내려놓고 그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돌아간다.
유럽일정 때문에 남미 비행 시간대 조정하면서 생긴 오류. 좋던 싫든 이틀간 섬에 더 있게 된 것, 어차피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마음을 느긋이 먹기로 하다.
2. 생선 손보는 게 예술, 비닐 벗기고 배 째서 내장 손질하고, 버릴 것이 거의 없고 깨끗하게 뒤처리, 여러 마리인데도 찌꺼기나 흔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