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째 7월 25일> 여행의 종착역 LA

새벽12시 5분 출발.
LA까지 직행은 없고 라스베가스에서 다시 갈아타고 내일 아침 11시정도 LA 도착예정이다.
자리가 창가 쪽이어서 에어컨 바람에 오히려 춥게 느껴지고 틈을 수건으로 막고 자다 라스베가스에는 새벽 5시 30분에 도착하다.
버스에서 서둘러 짐 빼서 LA로 가는 긴 줄 맨 뒤에 섰는데 내 앞 세 번째쯤에서 버스는 만원이 되고 직원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당연하단 듯이 다음 버스는 아침 7시에 있다는 말만 하고 휭 가버린다.
정상적으로 미리 티켓을 예매하고 그 시간보다 훨씬 전에 나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비효율까지 감수했는데도 제 시간에 버스도 타지 못하는 이 부당함.
두사부일체에 나오는 대사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국내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선진 도시 라스베가스에선 너무 당연하게 일어나는데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고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허름한 대합실에 마약 중독자, 창녀로 보이는 아가씨, 부랑자, 그들을 감시하고자 나온 거만한 경찰이 두어 명 돌아다니고 줄에다 짐 놔두고 진한 화장에 붉은 립스틱을 바른 집시처럼 보이는 주름진 할머니 옆 의자에 앉아 졸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7시 온다는 버스는 8시가 돼서야 겨우 떠나고 사막을 가로 질러, 뜨겁고 강열한 사막의 열기를 뚫고 LA까지와 그 근교에선 거의 완행버스 수준으로 승객을 태웠다 내렸다하기를 반복한 끝에 2시 30분, 그랜드 캐넌을 출발한지 20시간 50분 만에 LA 터미널에 도착하다.
미국을 떠나는 비행기시간이 다음날 새벽 1시 50분.
LA에 체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어딜 먼저 갈까 생각하다.
제일 먼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떠오르고 거길 가기위해 버스, 지하철 타고 가서 스튜디오 셔틀버스로 갈아타니 스튜디오 정문 입구에 도착한다.
입장권(58$) 끊고 스튜디오 투어를 시작으로 주라기 공원을 체험하고 마지막으로 water world ride을 본 다음 폐장과 더불어 8시 정도 나오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박진감 있고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래서 다음엔 애들하고 다시 와봐야겠다 생각하다.
비행출발시간 새벽1시 50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LA 중심지 다운타운 17st 에 내려 평소 하는 대로 그 일대를 뺑 둘러보며 걷다.
여행의 마지막을 스스로 자축하는 분위기를 갖고 싶어 무작정 상당히 분위기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Dinner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니 예약제에 어느 정도 복장이나 격식을 갖춰야 될 곳 같은데도 운동화에 거의 운동복 차림의 여행자를 문전박대하지 않고 정중하게 Dinner는 타임이 끝났고 맥주한잔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준다.
거기서 맥주 2병과 케이크 한 조각 음미하듯 먹으며 거기 있는 손님들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되어버린 그곳, 바텐더의 정감 있는 작별인사를 받으면서 나와 지하철, 셔틀버스 이용하여 공항에 도착하다.
먼저 짐을 보안검사 한 다음 체크인 하다.
여기서도 마지막 해결해야할 문제 하나(LA- 홍콩은 원래대로 비즈니스티켓, 홍콩에서 서울은 느닷없는 이코노미. 여기선 자기들은 어떻게 해줄 수 없고 홍콩에 가서 캐세이 카운터에 문의해라)
공항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vip라운지에 들러 컵라면 하나 먹고 소파에 앉아 졸다.
드디어 지운에게 전화, 모든 여행이 끝났고 곧 비행기 타는 것을 알리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하다.
홍콩까지 14시간 비행.
자리에 앉자마자 다음날 11시까지 내리 자다.
11시 30분 기내식 먹고 오랜만에 한국영화 미녀와 야수를 감동에 젖어 보고 수능영어 tape 좀 듣고, 그 멀다는 태평양 건너기가 순식간이고 홍콩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 아침8시.
나의 100일 세계 여행은 이걸로 끝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