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째. 7월 18일 화요일> 뉴욕에서 호된 신고식

새벽 5시 기상.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산타도밍고, 세계제일의 비치의 일출을 보리라 생각하고 어슴푸레하게 여명이 깔린 거리를 나와 비치에서 바다 쪽으로 돌출된 인공 벽에서 해 돋는 것을 기다리다.
그러나 방향이 바다가 동쪽이 아닌 남쪽을 향해 있어 옆구리 쪽 산등성이에서 일출이 시작되더니 주위가 벌겋게 물들어지다.
비치를 따라 산책을 하면서 해가 계속 솟아오르는 것을 구경하다 숙소를 돌아오다.
뉴욕 가는 비행기가 11시 정도 있으니까 여기서 7시 30분에는 적어도 출발해야지 생각하고 프론트에다 택시를 불러주라 말하고 아침 식사한 후 입 튀어나온 여 종업원에게 마지막 식사 기념으로 40R 팁을 주고 택시가 와(올 때는 35$, 공항 갈 때는 다른 수단을 생각해 봤으나 결국, 그래도 조금 적게 22$) 택시 타고 20분 정도 가니 공항에 도착, 출국 수속하고 잔 돈 정리하고 출발 gate 맞은 편 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다.
비행기 안에서는 계속 여행 영어 공부하다가 4시간 정도 비행해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와 입국 심사대 앞에 서다.
9.11테러이후 훨씬 보안검색이 강화 되 긴장감도 있었으나 느긋한 마음.
그러나 방심한 탓에 입국 카드를 작성하지 않아 퇴짜 맞고 다시 입국 카드를 작성한 후 한 참 기다려 다시 입국 심사, 이번에는 뉴욕에서 거주할 호텔 이름이나 주소가 기재가 되지 않았다고 퇴자.
한참 헤맨 후 겨우 숙박 장소 집어넣어 대충 작성하니 입국 심사대 직원이 요주의 인물 보듯 나를 대하고 (여권에 어지럽게 찍혀진 각 나라 스탬프, 나의 옷차림 등이 더 의심) 맨 처음 입국 심사원과 두 번째 입국 심사를 담당했던 직원과 또 한명의 등장인물 셋이 뭐라고 저희들끼리 상의하더니 맨 처음 입국심사원이 미안하다 하면서 입국심사를 통과해줘 거기를 빠져나오다.
정상적으로 했으면 아주 간단히 끝날 수 있었을 것을 다른데도 아닌 뉴욕에서 조그마한 부주의 때문에 거의 진이 다 빠지고 시간이 지체되어 바삐 짐 찾으러 수화물로 가니 다행히 짐은 조금 기다리니 정상적으로 나오고 뭔가 뉴욕 일정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드는데 일단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일을 우선 생각하다.
첫째, 유로화를 달러로 환전.
400유로만 하려 했으나 600유로부터 5% 넘는 수수료가 나오지 않는다 해서 600유로 T.C를 880달러로 환전하고 두 번째 마일리지 체크는 담당 카운터에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 또 여기서도 포기 세 번째 시내지도 호텔 다운타운까지 가는 방법 등을 information에 문의, 담당 할머니가 워낙 자상하게 이것저것 말하지 않는 것 까지 챙겨줘 지도 및 식당, 여행 자료를 듬뿍 들고 일단 공항에서 트렘을 타고 지하철로 가 거기서 20달러 메트로 카드를 구입한 후 다시 A선을 타고 센트럴 파크 68st를 목표로 거의 한 시간 정도 가고 있는데 내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천사같이 아름답게 생긴 아가씨가 내가 지도를 보며 계속 궁리하고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도 내릴 지점과 지하철 이용하는 정보 등 을 말해 주는 것이 어쩜 그리 예쁘고 상냥할 수 있나싶어 내릴 때 정감 있는 감사표시를 하다.
Central park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가고자 공원 안으로 들어가다.
무슨 공연이 있는지 공원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숙소 구하는 것이 급선무라 공원을 바로 빠져나와 뉴욕 맨해튼 거리 빌딩 숲을 뒤지고 다니는데 호텔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고 겨우 호텔 하나 발견하여 프론트에 가격을 문의하니 750$ 주라고 해 처음에는 75$인지 알고 다시 물으며 이번에는 적어주라고 하니 다시 그 가격을 말한다.
좀 어이가 없어 좀 비싼 것 같다 말하자 뉴욕이어서 그런다고 해 그러냐하고 나와 다른 곳
감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여행 책자에 나와 있는 곳 중심으로 물색하기로 작정하고 숙소
투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다
뉴욕, 맨해튼은 도로 정비가 참으로 잘 되 있어 그 큰 도시에 주소만 알면 얼마든지 찾아 갈 수 있다는 거다.
일단 일본인이 한다는 70$짜리 숙소를 찾기 위해 45st, 9번 애비뉴로 가니 주소에 번지까지 정확히 찾아냈으나 거기는 일반 아파트고 두 번째 41번가, 세 번째 48번가 호텔은 이미 sold out 된 상태.
뉴욕에 도착해서 처음 생각은 이 넓은 바닥에서 내 한 몸, 하루 쉴 곳 하나 못 찾겠냐 싶었으나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들고 갑자기 타임스 스퀘어 근처까지 왔을 때 찌뿌드드한 날씨가 빗방울로 변하더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잠시 햄버거 파는 집으로 피신,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거기서 간단히 요기하면서 비를 피하고 있는 시간이 저녁 10시 30분 정도.
거기도 분위기가 문 닫고 끝내는 것 같아 다시 거리로 빠져 나와 보니 아까보다 비는 더 가늘어지고 빗방울 속에 더욱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타임스 스퀘어의 멋진 야경들을 건물과 건물로 이동해 가면서 사진에 담다.
그리고 다른 호텔을 찾아 이번에는 이스트에서 웨스트로 횡단하며 보물찾기 하듯 여행 책자에 나온 주소로 가서 확인하니 거기도 역시 방은 없고, 다리는 아프고 몸은 지쳐가고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57st est쪽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았으나 마찬가지로 방이 없고 낙심해 있는 내가 안 돼 보였는지 프론트 직원이 그럼 새벽2시 까지 기다려 봐서 그 때까지 예약 손님이 오지 않을 경우 빈 방에 체크인 할 수 있는데 어떻겠냐고 하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있다 해도 몸을 움직이기가 고단해 일단 로비 소파에 앉아 쉬면서 내일 관광할 뉴욕에 대해 여행책자 대충보다 2시 가까이 되었을 때 다행히 빈방이 나와 체크인 하려는데 가격이 세금까지 포함해 200달러를 말하는데 여행 책자에는 75$로 나와 있어 거기에 대해 물어보니 작년에 대대적으로 수리를 해 그렇다고 말하는데 또 여기서 잠시 고민, 그러나 이것 또한 선택의 여지는 없고 결국 체크 인 하고 방에 들어가니 시간은 2시를 훌쩍 넘고, 고급 호텔로 개조 했다한 말이 틀리지 않게 돈 값 한다고 싶을 정도로 푹신하고 안락한 침대가 나를 반기고, 샤워하고 일단 침대에 누우니 그 편안함과 아늑함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렇게 숙소 구하기가 힘드니 공항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굳이 문제 삼지 않는 숙소 기입 문제를 가지고 물어 늘어졌는지 모르겠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부터 엄청나게 누비고 다닌 끝에 맨해튼거리가 손바닥 보듯 환해지고 덤으로 오늘 새로운 교훈을 하나 얻어 예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다.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전화예약(인터넷이야 컴퓨터가 있어야하지).
숙소, 위치 확인, 가격 흥정이나 예약, 그 정도는 얼마든지 전화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건데 막연히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도치 않아 결국 몸 고생에, 과다 지출에, 불확실성만 키우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지자, 오늘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