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9(5월 5일 금요일) 아름다운 호반도시 포카라를 오토바이와 함께

6시 30분에 기상. 빨래 거창하게 해 널고 7시 넘어 가볍게 가방하나 둘러메고 호수 근처로 나오다.
밤에 추워 잠을 설치고 목이 약간 쉬고 코가 시큼한 게 감기기가 있는 것 같다.
별로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고 자전거나 빌려 주위를 돌아볼까 하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눈에 띄고
오토바이 렌트할 거냐고 주인이 말해 약간 망설이다(20년 전 공중보건의 때 몇 번 타보고) 하루 400루피
300루피로 깎아서 오후 5시 30분 까지 반환하기로 흥정하고 주인하고 같이 gas station에 가서
200루피 기름을 넣고 간단하게 오토바이 조작법을 주인에게 다시 한 번 전수 받고 서툴게 시범 주행하니
주인 못 미더운 눈으로 바라보며 fall down 어쩌고 해서, 걱정마라 나의 안전이 최고로 중요하다.
단호하게 말을 하고 오토바이 투어를 시작하다.
저속으로 일단 적응을 위해 천천히 주변 호수를 돌다가 엉겁결에 한 바퀴 돌고 서서히 속도를 내서 가다보니
포카라 시내가 나오고 계속 저 멀리보이는 안나푸르나 봉오리를 향해, 전망 좋은 곳을 찾아 사진 몇 장 찍고,
또 길을 따라 가고, 잠시 멈춰 다시 한 번 산을 바라보고. 아까부터 시동 걸 때 slow start 되던 것이
이번에는 시동을 아무리 걸려 해도 걸리지 않는다.
약간 황당했으나 느긋하게 맘먹고 주변 마켓 안에 오토바이가 보여 거기 주인에게 help를 청하고
그 사람부터 시작해 이러 저러한 여러 네팔 오토바이 전문가가 왔다 포기하고 가고
다른 사람이 또 오고 가고 그 와중에 많은 네팔 인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어쩌면 그렇게 소박 한 것일까! 가게주인, 통나무를 오토바이로 나르던 청년, 일본 도쿄에서 3년 살고
한국의 수원을 잘 안다는 중년의 점잖은 남자(아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자기 일처럼 친근하게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결국 한 청년이 오토바이 센터 까지 직접 가서 거기 직원을 데리고 와 플러그를 바꿔 끼자
드디어 오토바이가 작동되다.
수리비 10루피, 플러그, 교환 비용 다해서 160루피 주고 그 청년에게 사례를 하려 했으나
받지 않겠다고 해서 냉큼 돈을 다시 지갑에 넣고, 사진 한 장, 악수 한번 하고 그렇게 담백하게 헤어지다.
돌아오는 길이 헷갈려 물어서 호수 근처로 돌아오다.
이제 익숙한 솜씨로 다시 한 번 호수 주위를 시원하게 한 바퀴 돌고 오다 지미, 연수, 민지 식사하러 가는게
보인다.
은근히 뽐내고 싶은 맘도 들고 어쨌든 어제 갔던 뚝배기 가서 같이 식사하다.
지미는 내 비행기 티켓을 예약 했고 시간은 차후에 말해 주기로 하다.
식사비는 내 것 만 따로 계산하고 민지에게 지나가는 말로 오토바이 태워주겠다 하니 흔쾌히 그러자 한다.
실력이 실력 인지라 내심 불안 했으나 짐은 지미에게 맡기고 뒤에 민지를 태운 채 어설프게
호수 주변을 다시 한 번 오토바이 트레킹하다.
민지, 불안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더 조마조마하다.
아름다운 경치, 상쾌한 공기, 호수 일주를 끝낸 후 보트 타는데 가서 boat riding을 시도하다.
(1시간 130루피. 20루피 깎음)
1시간 동안 호수에서 그림처럼 평화롭게 이러저러한 말을 하며 신선놀음을 하다 보니
이것 참 너무 빨리 한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시간이 오버 되 내심 추가로 돈 내라 하지 않나 했으나 No problem,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데
커피 생각이나 멋진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다 2층 아담한 곳을 발견, 호수 경관과 거기 떠 있는 섬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이러저러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다(이상하게 잘 듣는 기술을 갖고 있는 아줌마, 민지.)
내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 가해서 그쪽으로 이야기를 유도해도 어느 순간 나에게로 돌아와 있고
말을 많이 하는 게 좋지 않은 것이 아닌 가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굳이 내 마음에서
(어떤 인위적이 틀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굳이 막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이 들고
말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립하고 보다 확고히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다.
3시 15분 쯤 커피숍을 나와 오토바이로 포카라 시내를 다시 주행하다 민지, 숙소에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5시까지 남아 있는 여분의 시간을 쓰기 위해 다시 호수일주 하다.
호수 전망대로 보이는 곳. 많은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뭔가가 있다는
나의 오래된 경험에 따라 거기에 오토바이를 대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썩 아름다운 호반의 경관과
다양한 요리 , 연인들과 처녀들이 담소와 더불어 먹거리를 즐기고 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옆에 연인들이 먹고 있는 감자 칩 뭉쳐 놓은 것 갖다 주라고 해서 먹어보니
겉은 좀 그렇고 속은 먹을 만해 절반 정도 뜯어먹고 또 옆을 보니 만두 같이 생긴 것을
처녀들끼리 먹고 있어 또 신청, 첫 번째 보다 더 입맛에 맞아 겨우 한 개 남겨 놓고 다 먹다.
계산서를 가져와 120루피를 인도 루피, 네팔 루피 섞어서 재미있게 주인과 계산을 맞춘 후
다정스레 작별 인사 하고 거의 5시에 맞추어 오토바이 반납 하러 가니 주인이 stay home 이란다.
마지막 중요한 미션이 남아 있는데 여기서 그만 둘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주인집까지 찾아가
협상 끝에 플러그 교체비용에서 50루피를 환불 받고
(영어로 의사소통해서 Trouble을 이 정도 해결 했다는 데 많은 진보)
숙소로 돌아오니 6시다. 너무 피곤하여 20분 정도 눈 부치고 쉬다.
일행들은 내일 트레킹을 대비해 침낭을 빌리니 식사하러 가니 하는데 그냥 그 동안 밀린 일기를 쓰다 보니
2-3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지금은 저녁 10시 40분. 좀 전 지미가 들어와 자기 침낭을 쓰라고 준다.
오직 내 할 도리만 할뿐. 오로지 무심. 무저항 일 뿐이다.

H,E,L)
1. 생색내면서 줄려하지 말고, 생색내면서 받으려하지 말라
2. 지레 짐작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