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무롱에서 히말라야 산장까지, 비오는 날의 트레킹

5시 30분 기상하다.
침낭 속에 옷을 두둑이 껴입어 그리 춥지 않게 숙면을 취하다.
아래로 내려가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아침 일찍 산보가기로 어제 민지와 약속했으나 안나푸르나 있는 쪽에
구름과 안개가 끼어있어 산보는 취소하다.
총무가 마지막 빵이라고 준, 딸기잼 바른 토스트 2쪽을 너무 맛있게 먹고 내 방으로 돌아와 선 체조로 가볍게 몸을 풀어주다.
8시 정각에 트레킹은 시작되고 오늘은 트레킹하며 세스 영어회화듣기로 작정하고 워크맨을 끼고 2~3시간
집중해서 들으면서 트레킹을 하다.
11시정도, 산 중턱에 쉬는데 어제 박물 장수에게 산 토마토를 민지가 주기에 비스킷과 같이 맛있게 먹고 계속 산행하다.
비교적 조용한 산행, 비가 내려 모두 우의를 꺼내 입고 계속하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해 점심을 먹기 위해 바깥에 앉아 있다.
식당 안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촛불을 두 개 켜고 아까 얻어먹어 은수, 민지에게 점심은 내가 산다고 하고 5가지 종류로
시키고 음식이 나올 동안 잠시 숙면.
일행들과 같이 니것내것 없이 여러 가지 섞어서 나눠먹고 다시 비를 맞으며 오후 트레킹을 시작하다.
빗속을 뛰어 드는 기분이 음습하고 다시 워크맨을 작동시켜 1시간정도 들으며 산행. 약간 춥고 습기 때문에
축축한 느낌이 있으나 그런대로 시간이 지나자 나름대로 비오는 날의 묘미가 느껴지며 몸이 점점 풀어져
영어 듣는 것을 그만하고 주변 경치. 물소리. 냄새... 트레킹에만 집중하다.
잠시 임시 휴게소에서 쉬면서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 오늘 어디서 숙박 할 것인가(히말라야 산장인가, 한 코스 더 가서인가),
저번 지나쳐온 hot spring 을 내려오는 길에 들를 수 있는가, 그리고 올라가는데 4일 내려오는데 2일,
계획에 있어 무리한일정과 치밀하지 못한 점에 대해 포터들에게 약간 주의를 주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총무와 민질 불러 일행의 전반적인 의결로 결정하라 말하고 나는 가능하면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다.
다시 출발. 비는 개이고 오늘 숙박 지는 히말라야 산장까지로 결정하다.
거기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코스에 밀림이 우거진 신비롭고 특이한 곳.
숲이 인디아나존스에서 본 것 같은 이상한 형태의 나무로 빽빽이 우거진 것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맞은편 천길 낭떨러지에선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굽이굽이 흘러 내려오고 수백 년은 된 듯
이끼와 넝쿨로 뒤덮인 나무들이 이상한 형태로 뻗어져 있고 아래쪽 까마득히 보이는 계곡물이 비에 불어나
장엄하게 흐르고 산행 도중 숲에서 부스럭 거리는 동물들의 움직임들 그 모두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영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 해 내고 있다.
드디어 히말라야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5호실에 짐을 풀고 찬물로 샤워를 하다.
이전 츄무롱에 비해 훨씬 규모도 적으며 거의 산막 수준에 전기도 세상의 문명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그런 곳이다.
(전기는 자가발전, 초저녁에만 잠시 들어온다.)
식당으로가 감자로 만든 요리를 하나 시키고 (맛은 없는데 양은 아주 많음) 내방에 들어와 포터가 추울 것을
예상해 가져온 담요를 침낭위에 덮고 이미 어두워져 세상이 컴컴하고 적막한 곳에서, 오늘 비오는 날 강행군에 지쳐있는
몸을 침대에 누이다.
자정 쯤 한기를 느껴 잠에서 깨고 감기 조짐을 보여 다시 이 닦고 코와 목을 내의로 둘러 보호하고 다시 잠을 청하다.
히말라야 게스트 하우스, 해발 3000m, 주변 산에 잔설이 남아 있는 그런 곳, 오늘 내내 비 맞고 거기다 찬물로 샤워하고
거의 감기 주의보 발령.

(H, E, L)
계속되는 나의 염원, 정화, 치유, 온전함, 새롭게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