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3일 (5월 9일 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5시에 기상하다.
어제 감기기는 비교적 숙면을 취한 덕분인지(포터가 준 두둑한 담요 덕분)괜찮은 것 같고,
간단히 세면한 후, 방으로 들어와 내 방 침대위에 정좌하고 앉아 깊은 호흡과 명상을 하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를 하다: 아집이 강하고, 강한만큼 쉽게 부서져 버릴 수 있는, 문제아 기질이 다분한, 자존심 덩어리,
장점보다 단점이 2배는 더 많고, 별로 이쁠 것 없는 나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고비 고비 때마다 확실히 밀어주고,
또 지켜주고, 그래서 가장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던 나를 그런대로 사람대접 받는 위치로 이끌어준 하나님께 감사.

-모모를 향한 용서와 축복

-정화를 위한 깊은 호흡: 나의 현재와 전생, 태초부터 지금까지 나의 무의식과 초 의식 깊은 곳,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업과 습, 어둡고 부정적인 찌꺼기, 나를 오염시킬 수 있는 기운들과 기억들을 깊은 호흡을 통해 배출하고 히말라야의
생명에너지를 가득 채우다.

-빛 명상을 통해, 내 몸 안의 시커먼 구름들을 배출시키고 결국 내 몸 안에 은빛 광채만이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까지 계속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런 정화작용이 계속 될 것임을 믿다.

-히말라야 성자가 있다면 그분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보내고 도움을 청하다.
[선함과 정의로움, 나의 염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명상을 끝내고 8시 출발시간에 맞춰, 식당에 내려가 간단하게 요기하고,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당에 나와 포터와
일행들과 담소하다.
어떤 계기로 무술시범을 보이다.
태권도, 발차기, 무릎, 팔꿈치 가격 등, 상당히 강력한 공격력에 포터와 주변 사람들이 감탄하다.
몸과 마음이 가볍고 순수해짐이 확연히 느껴지다.
히말라야의 빛과 공기 자연의 생명에너지에 내 몸이 조금씩 교감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5박6일 결코 만만치 않는 하루 10시간이 넘는 강행군 속에 오히려 내 몸 컨디션이 날이 갈수록 좋아짐을 느끼며 트레킹을 시작하다.
오늘은 우리의 최종목적지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원래 우리 일행을 두 팀으로 나눠 일부는 ABC까지 체력이
조금 달리는 다른 팀은 그전 마차푸츠레 캠프까지만 가기로 예정되어있고 나는 원래처럼 워크맨 들으면서 일행에 방해 받지
않기 위해, 조금 떨어져 가고 쉴 때도 멀찌감치 떨어져 거의 섞이지 않고 영어 들으면서 나 홀로 트레킹을 즐기다.
계속 가다가 원래 어제 숙박지로 예정이 되 있던 곳에서 잠시 쉬고, 기회만 있으면 모자로 얼굴 덮고 조금씩 수면을 취하니
훨씬 가뿐하다.
다시 출발, 민지와 은수가 일진을 형성해 나 있는 데로 올라오고 나도 워크맨을 끄고 이야기하며 같이 가는데 전 선생이
거의 우리 뒤 있는데 까지 열심히 따라오다.
손에 지팡이 하나 들고(호신용이 아닌가해 빙그레 웃음)따라오다.
내가 기다려 주면 한참 쉬었다 다시 오고, 나를 의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전 선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좀 더 너그럽게 대하자는 생각이 들다.
ABC바로 전 CAMP에 도착해 오전 일정을 끝내고 점심을 시키다.
민지, 은수에게 음식 추천을 받아 3가지 정도 시켜 하나씩 나올 때마다 나눠 맛있게 먹고 나오는 동안은 또 숙면, 피자 한 통
시켜 반씩 일행에게 나눠주다.
오후 트레킹 시작되다.
원래 여기까지 남기로 했던,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도전하기로 하다.
고지 적응에 따른 문제를 의식해 맨 뒤에 쳐져서 트레킹을 시작하다. 내가 점심식사 끝내고
[우리 식구 모두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성공하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머리에 남아 제일 후방으로 쳐지다.
내가 후방으로 쳐지자 그동안 일진을 형성한 민지, 은수도 제일 후방으로 쳐지고, 나는 이들보다 더 멀찍이 뒤에 쳐져
(포터가 고도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 천천히 장난치듯 길이 아닌 산 쪽으로 지그재그 식으로 올라갔다
멀리 우회하기도 하며 여유롭게 산책하듯이 걷다.
머리가 멍하고 약간 두통이 느껴졌으나 그리 문제될 정도는 아니고 워낙 천천히 트레킹이 진행되어 그렇잖아도 완만한
오르막으로 된 ABC까지 산행이 마치 소풍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다.
민지와 연수가 뒤에 쳐지는데 민지 안색과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세 명이서 몇일씩 같이 산행을 하다 보니
둘 다 내가 없으면 갑자기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같이 합류하여 지압과 호흡,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수면, 템포를 조절해주면서 원래의 일진이 최후방이 되어 느긋하게
사진 찍어가며 장난치며 얘기하고 노래 부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가다보니 저 멀리 ABC CAMP가 보인다. ABC가 보이는 지점부터는 다시 최후방으로 혼자 떨어져 나와, 출발하기 전 은연중 나와의 약속
[베이스캠프엔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사람보다 최소100M 떨어져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간다.]를 지키기 위해 입구 근방에서
미진, 은수 기다리는 것 못 본 척 무시하고 결국 제일 나중에 들어가니 먼저 들어 왔던 일행들의 환호와 축하가 이어지고
우리 모두 한 팀에 한 식구라는 일체감과 한명의 낙오도 없이 트레킹을 성공했다는 것 때문에 모두 뿌듯함으로 상기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대건이, 총무 축하해주고 혜경도 축하해주고 진심으로 격려해주다. 그리고 전 선생에게 다가가서 축하의 악수와 고생했다는
위로에 말을 건네다.
전 선생도 나의 화해와 선의의 제스쳐에 약간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답례하다.
따뜻한 물 한 동이에 100루피 주고 사서 기술껏 샤워하고, 총무가 ABC등반 성공 파티를 7시에 한다고 해 20불 스폰서하고
내방으로 들어와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숙소 위쪽 산등성이에 오르다.
도착할 때만해도 구름과 안개가 끼어 과연 내일 7시, 출발 전 잠시 동안 허락되는 시간 내에 안나푸르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걱정되어 포터에게 물어보다.
산으로 오르려 할 때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던 것이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놀랍게도 어느새 구름과 안개가 점점 걷혀지더니
히말라야의 거봉들의 웅장한 자태를 하나씩 들어낸다.
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장엄한 히말라야의 거봉들!
나는 선명한 자태로 드러난 안나푸르나, 그 신성한 하늘위에 나의 염원을 한자씩 써 본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우주의식, 히말라야의 성자들께 간절한 기원, 나도 모르게 참회와 감사의 눈물이 흐르는 가운데 어둠이
구름과 같이 몰려오고, 7시 시간에 맞춰 식당에 갔으나 아직 준비가 덜되어 다른 게스트 하우스(외국인 몇 명)에 가서
잠시 명상 후, 7시 40분쯤 축하 만찬에 참가해 포도주, 맥주 한잔씩 하고 피자 먹는 것은 사양하고 일행에게 작별 후
내방에서 취침하다.

HEL
1. 이번에도 내가 산에 오르고 얼마 후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날씨가 맑아지다.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아 숙소에서 혹시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
2. 눈물샘이 터져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줄줄 샌다. 평상시엔 너무 희귀한 것 중 하나가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