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5(5월 11일 목요일) 츄무롱에서 포카라까지, 5박6일 트레킹을 끝내며

4시45분 기상하다. 아침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오랜만에 선 체조 정식으로 고루고루 온몸을 풀어주고 어제 빨래, 마르지 않은 채로 그냥 개서 넣고 짐정리를 끝낸 후 일기 쓰다 보니 7시 58분 출발시간 2분전이다.
어제 식사비 900루피 나와 20불, 포터 팁으로 개인당 100루피 씩 걷기로 했다기에 그냥 개인당 10불씩 주라고 40불을 건네다.
출발하기 전 숙소 주인과 작별의 인사로 깊은 포옹을 하다.
얼굴이 하회탈처럼 언제나 웃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 이번 인도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사람들 중 한명이다.
오늘 트레킹 전략은 맨 뒤 아니면 맨 앞에 트레킹의 마지막 날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No 워크맨, 일단 제일 뒤에 처져 천천히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다.
몸은 무척 가볍고 좋은데 마음은 약간 어둡다.
왜 그런 걸까. 의심과 막연한 두려움, 알 수 없는 공격성은 마음 어느 구석에서 피어나는 걸까.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놔두는 것보다 새로운 프로그래밍, 창조적 긍정적 입력이 중요한 것 같고, 그대로 놔두면 인간 내재된 어두운 인성이 작용하여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것을 제압 할 수 있는 것은 그전에 암울한 프로그래밍은 삭제함을 스스로에게 알리고 긍정적 포맷을 새롭게 입력 한다.
자 예를 들면 새로운 입력, 하나님이 나를 위한 준비한 좋은 인연의 좋은 친구들.
신성하고 우주 에너지가 충만 한곳, 자연의 생명에너지(나무, 흙, 풀, 새소리, 물소리)가 놀랄 만큼 풍성해,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제발 당신을 열어주세요. 당신 몸과 마음 구석구석 세포하나, 땀구멍, 콧구멍, 털구멍까지. 나의 생명에너지로, 이 청정한 순수함으로 온몸의 찌꺼기를 깨끗이 정화시켜 드릴께요. 숨을 한껏 들여 마셔요. 온몸의 피부와 모공까지 활짝 열어 제가 마음껏 스며들게 해주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에 제가 갈수 있게 활짝 열어주세요, 제발!]
마음이 점점 편안해지고 온몸에 알 수 없는 감사가 넘쳐나다.
일행들 한명 한명을 생각 할 때 마다 정겨움으로 마음이 복받치다.
혼자 뒤쳐져 가는데 은수가 기다리고 있다 빨리 가잔다.
민지, 초콜릿과 비스킷 등 약간의 간식을 준비해 오라버니 식사 안한 것 같아 준비했다고 준다.
마음이 너무 갸륵해 비스킷 나눠먹으며 일행에 한참 뒤쳐서 셋이 같이 사진 찍어주며 한가하게 트레킹하다.
핫 스프링 근처 산장에 도착해 잠시 쉬어가고 나는 일행과 떨어져 조용히 명상하는데 은수가 두 손 가득 먹을 것을 가져다 줌(하는 짓이 고맙고 귀여움).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우비를 포터가 든 짐바구니에서 꺼내 입고 제일 먼저 산장에서 빠져나와 거의 뛰다시피 산행을 하다.
비가 무척 굵어져 속도를 줄이고 물집난 발을 쉬어 줄 겸 그 사이 대건과 전 선생이 나를 패스하고(전 선생은 표정이 많이 밝아지고 그날 이후 많이 좋아짐) 나는 오히려 느긋하게 배낭 안에 카메라 지갑 젖는 것이 걱정 되어 우의를 점검하고 다시 트래킹, 런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다. 이곳은 트레킹 첫날, 숙소에서 나와 혼자 계곡 아래 폭포 쪽으로 가다 이미 그때 한번 와 봤던 곳. 도착하자마자 피자, 참치 토스트, 4가지 정도 음식 시켜놓고 종아리에 달라붙어있는 거머리 몇 마리 떼어내고 씻고 기다리니 은수와 민지 도착하다.
커피 대접하고 음식 나오는 것 나눠서 먹다.
심장병 걸린 딸 아버지에게 10달러 기부하니 민지 그걸 보고 인정 많다고 하는 게 약간 빈정대는 투 같아 좀 거슬리다.
점심 먹고 먼저 출발, 잠시 배낭정리 겸 쉬는데 전 선생이 지나가며 빨리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을 건네고, 민지 별말 없이 지나가고 나는 이때부터 철저히 뒤에 쳐져 네팔의 자연, 사람, 풍속 등을 음미하며 하나씩 사진에 담으며 가고 혜경이 약간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뒤를 봐주며 편안하게 트레킹을 하다.
민지, 은수 내가 궁금한지 의도적으로 뒤에 쳐져도 합류치 않고 계속 맨 뒤쪽에 머물다.
혜경에 무언의 관심과 배려를 주고 (어쩌면 내 마음속 배려를 트레킹 내내 가장 은밀하게 느꼈는지 모른다) 초콜릿을 두 개 사서 하나 건네고 거기를 지나쳐 민지에게 합류한다.
약간 원망스런 눈초리. 같이 또는 혼자 자유롭게 계속가다 나중엔 내발에 물집이 극성을 부리고 민지는 무릎을 아파해 아예 편하게 뒤에 쳐져 아름다운 네팔의 산하를 감상하며 조금가다 쉬고, 가장 늦게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니 훨씬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싫은 기색 없이 박수로 맞아준다.
팀 분위기가 전쟁터 전우를 연상시킨다. 따뜻한 정, 배려, 표 나지 않게 서로 챙겨준다. 알게 모르게, 보이게 보이지 않게 하는 서로간의 배려들. 그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제 여기서 트레킹의 종착역인 택시 타는 곳까지는 40여분거리. 맥주 한 병 시켜 총무 한 컵, 포터 한잔, 나 한잔 먹고 200루피 주고 잔돈은 팁이라 하니 주인아줌마 좋아하며 예쁜 딸까지 불러 사진 한 컷 찍게 해준다. 40분 정도 올라와 택시가 여러 대 모여 있고 가격흥정은 전 선생, 민지에게 맡기고 택시 3대에 나눠 타고 7시 3o분 정도 포카라 우리 숙소에 도착하다.
목욕하고 식사하러 뚝배기 식당에 가니 총무, 대건. 은수, 민지가 먼저 와있고 따로 앉아 덤덤하게 제육볶음에 맥주 한 병 시켜먹고, 지미에게 내일 비행일정 듣고 서둘러 계산하고 혼자 나오다.
민지, 따라 나와 CD 굽는 것 도와주고, 숙소 가는 도중 혜경이 만나 인사하러 왔다고 해 길거리에게 미리 작별 인사 하다. 방에 있으니 은수가 초콜릿, 한 무더기 사가지고 인사하러옴.
일행들 내방에 왔다가고 덕담을 건네고 지미에겐 비행 일정에 대해 다시 듣고 전번 생일 선물 겸 팁으로 100불 주고 내가 느낀 점에 대해 약간의 충고와 내일 아침 서로 작별 없이 그냥 헤어지자고 당부하고 빨래해서 걸고 1시 정도 취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