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6 (5월 12일 금요일 )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3시 50분 기상하다. 편지 쓰다.

나이를 꽤 먹었음에도 이별은 생소하고 낯설다.
좋은 인연, 좋은 친구들, 자연, 신성함, 충만함, 아름다움, 생명력 그리고 감사.
트레킹 내내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던 단어들.
조용필 ‘그 겨울의 찻집’에서 마지막 구절이 내 마음을 잘 표현한다.
부디 언제 까지나 안나가 늘 함께 하기를...

이런 내용의 쪽지를 문틈에 끼어놓고 5시 30분 정도 방을 나서다.
언제나처럼 혜경이 일찍 나와 있어 아침 인사를 건네다.
길을 따라 호수 위쪽 방향으로 걷다. 보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바로 앞섬으로 가다.
섬은 사원처럼 꾸며져 있고 나무로 조경을 잘 해놓고 비둘기가 여기저기 구구대고 조용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이틀 치 일기를 쓰다 보니 시간이 7시 30분.
섬에서 나와 숙소에 도착해 보니 일행들은 모두 떠나고 문틈에 꽃아 논 쪽지도 사라지고.
아무 인사도 없이 그저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 더 편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담은 쪽지라도 남겨 한결 가볍다.
아프리카 일정 때문에 다른 일행보다 2-3일 먼저 인도를 떠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은 포카라에서 카투만두까지 버스로 가 거기에 좀 있다가 인도로 돌아오게 예정이 되 있다.
방안이 빨래 널어 논 것, 짐도 풀어놓아 전쟁터다. 9시 까지는 다 정리해야 할 텐데.
다행히 빨래는 다 말라주고 9시가 거의 되어 짐 정리가 끝나고 체크아웃 하고 곧 바로 택시타고 공항으로 출발, 10분 정도 가 체크 인 하고 시간이 남아 위층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 다시 보안 검사 받고 비행기에 탑승하다.
비행기는 2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경비행기, 그러나 스튜어디스는 얼굴과 몸매가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아가씨로 불과 카투만두까지 30분 비행에 맨 뒷자리에 앉아 그 고운 자태를 감상하다가 비행기에서 나올 때 사진 한 장 찍기를 간청하니 수줍게 응해 한 장 찍고, 걸어서 5분 정도 국제선 공항으로 이동해 3시에 출발하는 뉴델리 행 비행기 수속 받고 지금 시각 11시로 시간이 4시간 남아 공항에서 대기하다.
발에 물집이 심해 슬리퍼로 갈아 신고 트레킹 휴우증으로 몸은 몹시 피곤한 상태. 의자에 앉아 영어 공부하다, 잠시 눈을 감고 쉬면서 그렇게 소일하다.
막판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 탑승시간이 늦어 거의 뛰다시피 비행기에 올라타다.
비행기는 3시간쯤 후 인도 뉴델리 공항에 도착해 수화물 찾고, 공항 안이 시원하고 조용해 의자에 앉아 지도를 보고 향후 일정을 계획하고, 오랜만에 집에 전화해서 집사람과 통화. 여행사를 통해 네팔 간 것을 알고 있었고 일주일 넘게 연락이 안 된 것에 걱정 반 원망반이다.
내일 아침 7시경에 홍콩으로 떠나는 비행기 타려면 지금부터 12시간 정도 남아 있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일단 뉴델리공항을 무작정 나와 걷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이 근방에서 최고급 호텔로 가자고 말하고, 거기에 도착해 커피숍에서 편하고 넉넉해 보이는 자리하나 골라, 짐을 내려놓고 메뉴를 보고 뭔가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훨씬 짜다.
다시 물을 시키고 내 자리 앞 뚱뚱한 남자가 초코케익 비슷한 것을 먹는데 맛있게 보여 그 똑 같은 것을 주문해 먹어보니 이것도 맛이 꽝이다.
오늘 내내 어제 은수가 작별 선물로 듬뿍 준 초콜릿을 심심할 때마다 먹어댔더니 이제 단 것은 몸에 전혀 받지 않는 것 같다.
조금 있으니 늘씬한 미녀가 나와 팝송을 감미롭게 불러대고 나는 피곤이 밀려와 반은 자고 반은 음악 듣고 간간히 포켓 영어공부하고 9시가 다 될 때까지 거기 머물다 호텔 나오기 전에 프론트에 들러 금방 공부한 영어 테스트도 할 겸 빈 방 있냐? 하룻밤에 얼마냐? 가장 싼 방은 또 얼마냐? 등등 물어 보니 약간 건방 진 자세로 하나하나 대답해 주는데 가장 싼 방이 세금 포함 300달러가 넘는다.
못 사는 나라에서 300달러면 하고 잠시 생각을 굴리다 주변 호텔 정경을 사진으로 몇 장 남기고 밖으로 나오다.
호텔 밖은 열악하고 무질서와 혼잡함이 판치는 정 반대의 세상.
교통지옥의 거리를 거의 곡예 하듯이 목숨 걸고 건너 겨우 택시를 합승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다.
오늘 저녁은 아마도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선 공항 출국 대합실로 가는데 입국 시 대합실에 비해 규모도 규모지만 상당한 시설과 활기가 넘쳐남이 느껴진다.
내일 아침 캐세이 체크인 시간을 물어보니 탐승 시간 3시간 전에 카운터가 열린다고 하고, 주위를 그냥 배회하다 우체국이 보여 갑작스레 디카로 찍은 CD 구운 것을 국내로 보낼 생각이 나서 항공 우편 으로 700루피 주고 매우 중요한 거라 말하니 포장을 몇 겹 확인해서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나와, 스낵바에 가서 카푸치노에 치킨피자 하나 시켜 대충 맛없게 먹고 공항구석, 통로 쪽 의자다리에 배낭과 가방, 고리 자물쇠로 연결하고 의자에 반쯤 누워 침낭을 껴안고 자는 듯 마는 듯 잠이 들다.

H, E, L)
어느 누구에게 방해 받지 않고 방해 하지도 않지만, 관심과 마음은 활짝.
1. 냉정과 열정: 냉정하고 엄격해 보인다. 그러나 어느 누구 보다도 열정적이고 따뜻하다.
2. 이기와 이타: 자기만 생각하며 몹시 이기적이나 때때로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상댈 위해주고 자기희생적이다.
3. 지성 이성적인 것 같으나 무대포적 터프함이 있고 승부욕과 모험심이 있다.
4. 엄격하고 어려워 보이나 순수하고 천진한 장난 끼 많은 소년 같은 면도 있다.
5. 중요한 것은 어떠한 성격보다는 삶에 대한 자세이다.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마음은 열려있고 뭐든지 배우고 시도해 보고자 한다.
깨어 있는 동안은 무엇이든지 온 몸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여행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떠날 때는 말없이, 의미를 부여하지말자
언제나처럼 내가 소망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