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 네팔이여 안녕. 아프리카여 내가 간다.

공항 출국 대기실에서 의자에 앉아 침낭 가슴에 안고 작은 배낭은 의자 다리에 묶어놓고, 큰 배낭 위에 다리를 쭉 뻗어 걸치고 가능한 편한 자세를 만들어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4시 조금 넘어 활동을 시작하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주변 의자에는 애기를 안고 있는 엄마, 허름한 아저씨.
어떤 또렷한 청년(내가 사진을 찍으니까 째려보며 더 또렷해짐)도 같이 의자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이다.
그전부터 버려야지 고민하던 침낭(절대 필요한 것 아니면 다 버려라)은 모른 척 의자에 그냥 놔두고 캐세이 카운터로 체크인 하러가다.
이른 새벽인데도 체크인하기위해 많은 사람이 긴 줄로 늘어서 있고 반면 비즈니스 카운터는 거의 한산, 느긋하게 서 있는데 공항 보안 요원이 나를 보재며 뭐 놔두고 온 것 없냐 해서 짐짓 침낭을 실수로 놓고 온 것처럼 연출하고 찾아줘서 고맙다고 마음에도 없는 치하까지 해주고 나니 생뚱맞기도 하고. 어쨌든 TV 폐쇄회로를 확인해서 본인을 찾아냈다는 것인데 넓은 출국장에 이렇게 혼잡하고 많은 사람 중에서 정확하게 당사자를 찾아낸 철저함에 인도가 보기보다는 그렇게 허술한 나라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다.
체크인 카운터에선 홍콩을 경유해 요하네스버그로 가기 때문에 짐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직접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니 항공권으로 홍콩과 요하네스버그 두 장을 한꺼번에 체크인 해준다. 그리고 비즈니스 손님에게 주는 쉐라톤 라운지 이용권 갖고, 위치를 물어보니 잘생긴 남자 직원이 출입국 심사, 보안검사까지 건너뛰게 하는 초강력 특권을 행사하여 거기까지 안내해주고, [대개의 라운지는 출국 절차를 통과한 후 담당 gate에 아주 가깝게 위치한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어 못하는 영어로 너 very kind 하다 칭찬을 해주니 좋아하며 웃는다.
vip 라운지에 들어서자 마치 사교클럽을 연상시키듯 모든 게 깔끔하고 편안하고 화려하다. 간단한 뷔페식 음식, 여러 가지 종류의 주류, 음료수, 스낵. 그렇지 않아도 볼일이 많은데 일단 이것저것 주섬주섬 갔다 먹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쉬면서 생각도 하고 영어 좀 듣고 하니 금방 시간이 2시간 정도 흘러간다.
모든 것을 공짜로 충분히 즐기고, 피로한 심신을 추스르고, 흡족한 마음으로 Boarding time 에 맞춰 나오니 비행기가 조금 연착되는 모양인지 긴 줄이 늘어서 있고, 따로 비즈니스 gate가 열려있지 않아 좀 지루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시간이 거의 다 되어 탑승하여 내 자리를 찾아 앉다.(인도 500루피 부랴부랴 처리).
비행은 그저 편안히 쉰다는 기분으로 있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잘 가고,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승무원아가씨의 정성어린 기내 서비스를 받고, 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과 접대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며 사진 한 장 찍기를 부탁하니 약간 망설이다 환하게 응한다.
진짜와 인위는 존재하고 많지 않지만 진짜의 존재는 그 희귀성으로 언제나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것을 그 아가씨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홍콩에 도착시간이 12시쯤 되고,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로 출발하는 비행기시간은 늦은 저녁 11시 45분쯤, 남은시간 12시간 정도. 이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나. 공항 밖으로 나가 홍콩 시내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그냥 여기서 있을 것인가.
홍콩은 별다른 흥미가 없고 관심의 대상도 아니어서 그냥 공항에 남기로 하고 공항이라는 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공항 내 여러 시설, 위치, 안내, 정보 등을 공부했고(time table, transfer zone) 출입국서식, 보안검사, 세관검사,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가 있고, 일반적으로 출입국 심사나 세관검사는 간소해진 반면 보안검사는 훨씬 더 철저 해진 것 같아 미리 말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모든 것을(지갑, 카메라, 핸드폰..) 바구니에 넣고 받으면 오히려 시간절약.
공항 내 지하철로 wa zone으로 이동하여 아시안 마일리지 적립한 후 근처 의자에 앉아 가방정리 돈 정리 하고, 전용라운지 2층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보니 첫 인상이 상당히 넓다.
우선 스낵바에서 맥주, 수프, 빵, 과일, 샐러드에다 단단면 이라는 누들면 비슷한 게 아주 맛있어 두 세 차례 시켜먹고 포만감을 느끼며 화장실로 가다가 샤워 실이 있어 담당 아줌마에게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물으니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샤워하고 나와 푹신한 소파가 있는 모퉁이에 자리 잡고 약간의 수면, 영어 듣고, 일기 쓰고 하니 벌써 6시가 넘어가고 약간 시장기가 들어 다시 또 과감하게 이것저것 시켜먹고, 또 쉬면서 즐기다 보니 9시가 훨씬 넘어가고 이제 비행시간이 두어 시간 밖에 남지 않아, 아까 오전에 면세점 전자용품점에서 디지털카메라 2기가메모리칩 산 곳에 가 배터리 하나 더 구입하고, 탑승 gate로 가서 nonstop 입장하고 비행기에 탑승하다. 비즈니스 전용 석을 보니 약간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고 안락하고 부대시설이 상당하다.(확실한 비즈니스 관리. 좌석은 완전히 만석).
비행기는 떠나고 비행시간은 13시간(인도출발 거의 30시간), 요하네스버그 도착시간은 다음날 아침 7시정도.
비행시간은 나에게는 고역의 시간이 아닌 오히려 휴식과 영양 보충의 시간.
쉬면서 구상하고, 여행일정을 짜고, 공부하는 시간이 되면서, 인도 네팔 여행 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오히려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조금씩 풀리다. 그전여행을 정리하고, 아프리카 여행도 계획하며 자투리 없는 알짜배기 시간을 갖다. 어쨌든 독서, 비디오 시청, 영어공부 그 사이 계속되는 기내식을 포함해 먹거리, 선물공세에 시달리며(?) 자다, 먹다, 생각하다, 영화보다, 공부하다를 몇 번 반복하니 어느새 도착시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오히려 내릴 때는 약간 아쉬움마저 남는(불확실성의 세계로 또 다시 뛰어든다는 약간의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행을 마치고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해 보니 공항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하고 현대화되어있다.
출입국 관리소에 여권과 입국 신청서를 내니 무비자로 바로 ok. 수화물에서 약간 헷갈려 조금 기다리고, 세관검사는 다른 나라 보다 훨씬 엄격. 작은 배낭, 짐 다 풀다시피 하고 큰 가방 대충 검사 한 후 통과.

‘드디어 미지의 땅 아프리카에 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