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3(5월 29일 월) 나일 강 크루즈 여행; 에드푸와 콤 옴보

5시 30분에 기상.
배는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열심히 나일 강을 거슬러 Edfu에 정박 되어있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간판위에 올라가 에드푸 나일의 일출을 보다.
일출 사진을 나일 강을 배경으로 나무와 꽃과 주변 건물들을 조화시켜가며 여러 장 찍다.
밀렸던 일기를 2.5일치 쓰고 8시에 맞춰 아래로 내려가 breakfast를 하고 병원 윤 선생에게 전화해 계주 아버지, 틀니 수리할 것에 대해 지시하다.
9시30분부터 Edfu Temple 관광이 시작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일행과 가이드가 있는데 나만 혼자다.
크루즈 회사에서 배를 관광할 도시에 정박을 시켜 주면, 각자 자기 그룹의 가이드가 일행을 챙겨서 주변 관광지를 보러 다니는 시스템인 것 같은 데 그런 정보를 얻어듣지 못하고, 크루즈 회사 측에서 승객들 관광까지 전부 다 책임지는 줄 그리 생각하다(언어 소통의 한계).
그래서 Edfu 유적지 갈 때 배에서 나와 크루즈 회사 직원들 안내로 마차를 타고 거기에 갔다고 생각했는데 유적지에 도착해선 각자 가이드를 대동하고 유적지 관람을 하는데 누구 하나 나를 챙겨 주는 사람이 없다.
실상 배에서 나올 때 직원 비슷한 사람도 결국은 개별 가이드인 셈인데 이런 것도 나중에 깨닫게 된다.
어쨌든 Edfu 호루스 신전에 도착해 ticket을 사고 유적지를 세밀하게 관람하다.
북유럽 계통의 쭉 빠진 미녀들이 불쑥 불쑥 나타나 정신을 현란하게 만들고 유적지 보러 와서 살아있는 예술품 쪽으로 눈이 더 돌아가니 수도자 생활 40일에 미인들에게 한 눈을 파는 것도 당연 지사인지도 모른다.
고대와 현대 속의 두 현란함 속에 빠져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었다 생각이 들어 서둘러 나와 보니 우리 그룹은 온데 간데 눈에 띄지 않는다.
일단은 기다려 보고 생각을 하다.
유적지가 여러 군데라면 그 다음 코스로 갔을 것이고 그런다 해도 거기가 어딘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거기 가이드 비슷한 친구에게 사정을 말하니 마차를 하나 잡아 태워주는데 마차를 모는 두 녀석들, 저희들 끼리 희희낙락. 코리아 어쩌고 입에 발린 말을 잔뜩 하더니 내릴 때 계산하려고 얼마냐 하니까 100파운드를 주라고 해서 버럭 소리를 질러, 사람을 뭘 로 보고. 20파운드 억지로 던져 주다시피하고 배로 돌아오니 우리 일행들도 다른데 간 것이 아니고 이미 배에 와 있는 상태, 나중에 책자를 보니 Edfu는 선착장 가까이 한곳에 유적지가 있어 일부는 버스로, 나머지는 마차를 이용해서 유적지 관광을 마치고 다시 배로 돌아 온 것이고 (미리 공부하고, 여행 정보도 알고하자)
그래도 일정 상 크게 손해 본 것이 없어 다행.
여행을 전반적으로 재정비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빨래를 하고 유레일패스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다음 여행 일정에 대해 계획 세우고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런치 듬뿍 먹다.
국내에선 훨씬 더 좋은 음식이 나와도 살찐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것들이 여기선 기회다 생각하고 걸신들린 듯이 먹는다.
워낙 강행군에 끼니도 제대로 차려먹는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몸이 축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로 식사 때마다 본능적으로 많이 먹게 된다.
뷔페를 워낙 왕성하게 이용하다 보니 웨이터가 어찌 나를 알아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엄지를 들어 올린다.
좋다는 뜻인지 비꼬는 뜻인지 알 수가 없고 어쨌든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고 내방으로 들어와 창문을 통해 물살을 가르는 나일 강을 보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하는 일이 없이 바쁘다.
5시에 콤 옴보에 도착하다.
선착장 바로 옆에 신전이 붙어 있어 걸어서 산보하는 기분으로 관광하다.
사진 찍고, 사진 찍어 달래서 사진 찍히고, 기분이 많이 up이 되다.
기분 좋게 구경하고 방으로 들어와 짐 정리 좀하고 갑판에 올라가 나일강변에 지는 석양을 사진기에 담고 식사하러가 맥주 한 병 시키고 닭고기 요리와 바비큐가 맛있게 나와 충분히 먹다. 9시 정도 샴푸를 사서 머리 감고 목욕한 후 인도에서 산 힌두 문양이 새겨진 반팔 티 입고 상큼한 기분으로 연회장으로 가다. 마지막 밤, 회사 측에서 어떤 이벤트를 마련했다기에 기대를 하고 가보니 참 웃기는 한심한 수준.
머리에 두건을 쓴 이슬람 복장의 사회자가 우리나라 유치원 수준의 게임을 하는데 사람들이 순박한 것인지 그것도 좋다고 웃고 열광하고, 오히려 그게 내겐 더 재미있고, 그게 시시하다해도 거기 등장인물 중에 서구 미인들이 간혹 섞여있고 그냥 있기도 뭐해 맥주 한 병 시켜서 덤덤히 보고 있다가 댄스 타임이 됐는지 우리나라 80년대에 유행했던 음악에 맞혀 춤을 추고 있어 그냥 나오기가 그래 이왕 온 김에 일명 무술 춤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 이란 막춤을 선보여 요란하게 추니 프론트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나의 현란한 몸짓에 하나씩 슬슬 피해 다 사라지고 결국 혼자 남게 된 나는 그래도 1분 정도 열정적으로 버티다 거기를 나와 내방으로 돌아오다(미쳐 보이는 것과 열정은 종이 한 장 차이).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로 의식전환 시키고 들어오다가 지배인을 만나 내일 아침 8시 30분에 guide가 오기로 했으니 그때 까지 짐정리 하라는 말을 듣고, 사진 좀 정리 하고 어느새 12시가 넘어 불 끄고 취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