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4(5월 30일 화) 생각보다 훌륭했던 아스완

4시에 기상. 숙면을 취해선지 Condition은 good.
빨래 개고 짐정리, 목욕. 5시부터 선 체조 풀코스로 꼼꼼하게, 6시 30분 일기장, 사진기 들고 배 갑판위로 올라가니 배는 벌써 아스완에 도착해 있고 나일 강 주위로 유적지가 길게 형성되어 있다.
나일 강위로 여러 종류의 배가 일출에 맞혀 오고 가는 것들을 조화시켜 아스완 나일의 멋진 일출을 사진기에 담다.
갑판의자에 앉아 일기 쓰고 7시 40분 식사하러 갈 시간이다.
(건망증. 사진 찍다 일기장 간판위에 두고 와 황급히 되찾다)
식사 간단히 하고 8시 30분 쯤 체크아웃 하니 지배인 말대로 가이드가 나와 있다.
이 가이드가 원래 예정되어 있는 건지 박정희 닮은 눈매 사나운 동양친구 (어떤 배낭여행 아가씨가 내가 모자 쓰고 선글라스 쓴 모습이 박정희와 똑 같다고 함)가 워낙 이것저것 성가시게 물어대니까 지배인이 agency 측에 연락해 급조해서 만들어 졌는지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스완에서 일정이 훨씬 더 쉽고 확실해졌다는 사실이다(계약엔 크루즈 여행까지 만을 중점).
아스완 유적지 관광이야 찾아다니는 게 좀 번거롭지만 그렇다 쳐도, 오늘 저녁 카이로 돌아가는 기차표 예약하는 것이 신경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기차표 예약 하는 것도 가이드가 알아서 해결하기로 하고 가이드가 정해준 일정에 따라 9시, 엘레판티네 섬과 키치나 섬을 시작으로 순조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키치나 섬을 가기 위해 배를 타는데 나만큼 영어를 못하는 프랑스친구와 동행하게 되고 가이드와는 12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다.
둘러볼 시간은 3시간 정도로 충분하고 그래서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섬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키치나 섬이나 엘레판티네 섬이 괜찮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오히려 모자랄 지경이다.
키치나 섬은 섬 전체가 하나의 식물원으로, 나일 강 안에 있는 작은 섬에 상당히 정성을 들여 조경을 해 놓아 나일 강 멋진 열대식물들과 펠루카을 조화시켜 괜찮은 사진들도 여러 장 찍고, 마치 여유롭게 산책하듯 휴식하듯 돌아다니다.
다음에 간 엘레판트라섬은 유적지. 그 안에 있는 유적들은 대개 기둥만 겨우 남고 폐허 속에 뼈대와 벽돌들, 거의 유적 터만 남아있는 몰골이나 어쨌든 나일 강 긴 흐름 중에 아마 여기가 가장 멋진 경치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폐허가 된 유적과 섬들과 나일 강을 지나는 펠루카 등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좋은 장면들이 연출되다.
12시에 거의 맞춰 선착장에 도착해 그 옆 레스토랑에서 피자 하나 시켜먹고 수영장 옆 비치파라솔에서 좀 졸고 있으려니 가이드가 오더니 오후 일정은 1시 30분부터 시작하기로 정하고, 수영장 비치 의자에 누워 잠시 낮잠을 자다.
투어버스를 타고 이시스 섬으로 가다. 버스 안에서 타이완 사람을 만나다.
이 친구도 혼자 지중해와 유럽 쪽을 여행하는 중인데 같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붙임성 있게 대한다.
나이는 30대 후반, 서로 이것저것 친근감을 같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버스에 탄 외국친구들과 능숙하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다.
그러나 입술이 다 쥐어 터지고, 혼자 여행하려니까 먹는 것 자는 것 온통 너무 힘들고 지쳐 이제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빨리 집으로 가는 것이 바램 이라 하고 내가 세계여행 중에 있다니까 오히려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면서 아프리카 인도 일정에 대해 간단히 말해주니 주변 외국인 젊은이들도 엄지를 들어 올리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여행이라는 것이 영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젊음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대만 친구에 비해 너무도 건강하고 일상사처럼 편하게 여행하는 나 자신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지다.
자고 입고 먹고, 의식주가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에서 하루에 짐 두 개를 지고 끌고, 하루 12시간 넘게 강행군을 다반사로하며, 버스, 기차, 비행기 10시간 넘는 장거리에 대개는 잠자면서 이동하며 낯선 곳, 모든 것을 교통, 숙소, 관광일정 혼자 결단하고 계획, 문제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40일 넘게 이어지는 장기여행에서 이렇게 반짝반짝 매끄럽고 건강하게 버텨주는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만인 친구를 보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무언가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다.
아스완 하이댐을 마지막으로 이번 아스완 일정은 끝나고 기차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역에 도착, 기차에 탑승하고 기차는 5시에 아스완을 출발하다.
가이드에게는 30파운드 팁을 주다.
침대차는 생각 외로 괜찮은 시설. 침대칸 승무원, 인상이 좋고 정감도 풍부 해 기차에서 식사 해결. 현지화폐가 부족해 유로화와 합해서 지불하다.
카이로에 도착시간은 다음날 5시 30분. 12시간 기차여행. 또 하루가 기차 안에서 저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