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냐, 터키냐.

5시 30분에 기상, 비교적 숙면을 취하다.
어둠이 깔려 여명이 깃든 새벽, 도미또리에서 잠이 깨 다른 사람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세면하고 방을 나와 아테네 시내의 몇 군데 중요한 유적지를 보기위해 나서다.
비교적 유적지가 한군데 뭉쳐있어 마치 아침 산책하듯 가벼운 걸음으로 주변 몇 군데 들러서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하니 아직 개장 전, 근처 대리석으로 형성된 산에 올라 시내 전망을 보기도 하고 공원의자에 앉아 이것저것 생각하며 기다리다.
시간이 되어 배낭은 맡기고 유적지에 올라가니 유적지 보수공사를 하는지 여러 장비와 보수 방어막으로 주변이 어수선하다.
고대 그리스 유적들.
오랫동안 책이나 TV를 통해 보던 유명한 신전이나 건축물들이 기원전 오래된 시기에 지어졌다는 것과 웅장함이 조금 느껴지는 것을 제외하고 실제로 감동은 생각보다 덜하다(기대가 커서일까, 워낙 여행 중 많은 것을 보다보니 눈이 높아져서일까).
다 둘러보고 한 번 더 비교적 꼼꼼히 다시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방에 있는 두 명은 체크아웃 했는지 사람도 짐도 보이지 않는다.
체크아웃 시간을 물어보니 11시, 짐은 맡길 수 있다고 해서 짐 맡기고 본격적으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여행사로 가다.
여행사 한곳에 터키 가는 비행기 삯을 물어보니 오늘 것은 200불, 내일은 150불짜리가 있다 하고, 다른 여행사를 찾는데 어떤 삐끼아저씨가 여행사를 소개해줘 못 이기는체하고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니 오늘 7시 35분 이스탄불 비행기로 비용은 143달러.
이거다 싶어 물어보는 김에 미코노스에 대해 물어보니 오늘 가는 비행기는 없고 가려면 5시, 오후 페리를 타고 가야한다고하고 거기서 오는 비행기 표는 일요일에 있고, 이것저것 패키지로 설명해 가격을 말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져 그냥 터키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해 버리고 여행사를 나오다.
비행기 출발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대략 4~5시간 정도.
나침반을 보고 오모니아 광장 측을 둘러보고 지하철을 타고 국립고고학 박물관을 찾아 헤매다.
시간이 촉박해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신타그마 광장에서 공항 가는 지하철을 타다.
지하철 한 번 갈아타고 상당히 기다려 다시 갈아타고 거의 1시간 정도 걸려 공항에 도착해 화장실에서 몸을 정비하고(옆 사람에게 최대한 구질구질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체크인 해서 출국장에 들어가 남는 시간 대합실에 앉아 일기 좀 쓰다 비행기에 탑승하다.
1시간 20분 후 터키에 도착, 비자 받으려고 물어보니 KOREA는 무비자라고 그냥 가라하고, 입국심사는 말 한마디 묻지 않고 그냥 통과. 기분 좋게 가장 간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화물 센터에서 내짐을 찾으려다 약간 헷갈리고, 나보다 더 헷갈려하는 동양인 커플이 있어 못 본 척 갈까하다 이집트에서 무조건적인 친절에 굶주려있는 터라 그들 있는 데까지 다시 되돌아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고, 과잉 친절을 부려가며 평소 하지 않던 오버를 하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문의하는 게 늦어져 내가 호의를 베푼 그들은 감사의 말 한마디 없이 짐 찾아 제시간 버스타고가고 나는 30분 더 기다려 거의 놓칠 버스를 세 사람이 합작해 서게 하고 이스탄불 탁신엔 거의 11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도착하다.
무거운 짐을 끌고 거리를 숙소를 찾아 배회하니 삐끼들은 성가시게 설쳐대고 늦은 밤 몇 군데 호텔 중에 겨우 한곳을 선택하여 거기에 늦은 시간 투숙하다.
호텔에서 간단히 씻고 바깥에 나와 몇 가지 필요한 것 좀 사고 이스탄불의 밤거리 정경을 느껴보고자 했으나, 내 몸은 내의지 와는 달리 완전히 피곤에 절어있고 바로 숙소에 들어와 잠에 깊이 빠지다.

H,E,L
1. 공항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서 기다리다 점심때 사서 절반 남겨둔 샌드위치(케밥)을 허겁지겁 먹는 것을 주위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다.
내 마음도 순간 찡해하다.
2. 밤늦은 시간에 호텔을 구하면서 10만원이 넘어가니 망설여지고(원칙중 하나) 또 다른 데를 알아보고, 흑인이나 젊은이들도 이정도 부담 없이 숙박하는데 명색이 치과의사란 사람이 이런가 생각하니 순간 혼란스럽고 짜증이 나다.
3.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미코노스로 가지 못한 것에 대해
4. 참으로 많이 돌아다닌다.
아주 씩씩하게.
그러나 허전함과 외로움.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부쩍 든다.
인도를 떠나 혼자 된지 거의 20일 째.
어떻게 보면 내 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에게 괜히 미안하기도하고 뭔지 모를 상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