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에서 순조로운 하루를

버스 안에서 이것저것 주는 것(비행기의 기내식처럼)받아먹고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니 8시가 넘는 시간, 내리자마자 삐끼에게 끌려 터미널 안에 있는 여행사에 안내받아 들어가다.
거기서 카파도키아 여행 상품 중 레드 투어를 50루피에 결정하고 투어 시작 때까지 여행사 안에서 기다리다.
징기스칸, 알리, 운전기사, 니콜라스케이지, 짐케리, 할리우드 스타들을 조금씩 닮은 것이 특징인 여행사 직원들은 꽤 친절해 보였고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고 여행자들이 써놓은 여행후기를 보아도 여행사와 잘 match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
9시30분 투어 시작.
남아프리카에 사는 아줌마와 유치원생쯤 되는 남자아이(애 엄마, 얼굴은 귀여운 편인데 몸매나 키는 꽝. 흑인 치고는 꽤 지적인 데가 있고 애한테 하는 태도나 행동에서 품위가 느껴짐)와 같이 유쾌하고 잘생긴 운전사 겸 가이드, 4명이서 관광을 시작하다.
산위의 바위나 돌에 구멍을 파서 교회, 집, 외양간, 비둘기 집, 식당.. 어찌 보면 단순하고 특이한 형태의 이번 투어에서 참 희한하게 생긴 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돌 건축물 중 교회가 이슬람 국가에 속하는 이곳에 참 많았다는 것, 박해를 피해 터키까지 온 기독교신도들이 산에 나무가 별로 없어 나무로 집을 짓는 대신 돌이 그리 단단하지 않아 돌이나 바위에 구멍을 파고 집이나 교회 등 생활 터전을 짓게 되었을 것이고 돌 안에 거주지를 잡으면 여름과 겨울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다.
교회마다 예수님의 일생이 벽이나 천장에 그려져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며 순교자들의 절박하고 경건한 신앙심이 느껴져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하다.
4시 30분 투어는 끝나고 터키식 사우나에 갔는데 지불한 돈에 비해 별것도 없고 엉성하다.
먼저 한 아저씨가 타월로 몇 번 성의 없이 때를 밀더니 다른 방에 옮겨서 다른 아저씨(약간 험악하고 불결하게 느껴지는)가 비누거품 듬뿍 묻혀 씻어주고 안마해주는데 보통은 비누질에 안마하면 좀 편안하고 달콤한 감흥이 일어 날만 하건만 우악스럽고 추악한 사나이의 얼굴과 손이 감미로움과는 거리가 멀고 별로 개운치 못한 터키사우나는 그렇게 끝나고 읍내를 걸어 니콜라스 케이지를 닮은 친구와 터미널로 오다가 오늘 수고해준 잘생긴 가이드를 우연히 다시 만나 가게에서 맥주 하나씩 사서 대접하고 길거리에 앉아 땅콩 까먹으며 그네들 사는 이야기 좀 듣다가 여행사로 돌아오다. 페티아행 버스는 9시에 떠나기로 되어있고 그사이 막간을 이용해 일기를 두 개 쓰고 여행후기 써 주라는 것(자기들 등장시켜 써주라고 조른다.)
시간이 없어 슬쩍 무시하고 그네들과 작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거의 다른 버스타고 갈 뻔하다.
큰 실수 겨우 모면하고 9시 발 페티아발 버스는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