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째 7월 9일 일요일> 아마존에 흠씬 취하다.

마나우스 공항에 도착하기 전 안내책자 에서 숙소 두어군데 봐 논 것이 있어 웬만하면 그리로 결정하기로 하고 입국 대합실로 나가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 거리는 게 그 규모 또한 지방공항답지 않게 꽤 크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거라 안전이나 도심지, 숙소 연계문제가 은연중 걱정인데, 거의 모든 관광지, 공황,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은 내가 우려했던 것보다, 또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여행객에 편의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놨다는 것이다.
안내책자에서 언제나 강조하는 관광객의 안전문제도 자체보안과 관광객 보호체계가 갖추어진 곳이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설치거나 티내거나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위험지구라고 말하는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안내책자를 보면 그곳에 가란 말인지 가지 말란 말인지(특히 남미)마치 도적의 소굴처럼, 마치 사지나 전쟁터에 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사람을 위축 들게 하는데 어느 여행지나 본인의 충분한 조심과 각성(이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만 있으면 국내에서 자신이 범죄나 교통사고 등 돌발적인 재해에 의해 다칠 수 있는 가능성보다 결코 더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여행은 즐겁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때 오히려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 대처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공항대합실을 습관적으로 둘러보다 인포메이션센터에 들러 그냥 말 한번 물어본다는 게 호텔소개로 이어져 택시타고(공항에서 중심지까지 정찰 제, 안내원이 호텔위치 설명, 택시직원도 신분증착용, 매우 승객 안전과 편의에 신경 씀)
30분정도가 시내에 있는 호텔에 도착.
택시기사 손수 짐을 들고 프론트까지 배달.
호텔비가 공항에서는 50리알로 알고 왔는데 택시기사가 옆에 거들어 30리알, 우리 돈 15000원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입실. 504호 방에 들어가 씻고 하니 2시가 넘고 침대에 쓰러져 바로 자다.
아침8시에 일어나 선 체조를 간단히 하고 아침식사 겸 아마존투어 참가 정보를 알기위해 프론트에 가서 말하니, 안내책자에서 소개한 몇 개의 상품을 제시하고 이것저것 선택에 시간이 좀 걸리고 결국하나를 선택, 부랴부랴 짐 꾸려 호텔직원과 같이 여행사로 가서 겨우 9시 시작시간에 맞춰 계약하고, 현금이 없어 배를 타러 항구로 가는 도중 ATM에 가서 300리알(15만원) 투어비로 지불하다.
여행사 직원 말이 ‘너는 운이 좋았다. 배가 떠나려는 것을 돌려서 왔다’ 하는데 어쨌든 가격도 저렴하고 패키지 내용도 그런대로 쓸 만해, 시간의 누수 없이 당일 아침에 바로 투어에 참가할 수 있어 내가 생각해도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차는 20여분 정도 달려 배 승선장에 도착하다.
배를 돌려온 것은 아니고 미리 차로 앞질러 원래 출발지 항구보다 한군데 앞선 작은 항구, 거기서 배를 탔다.
배안에는 20여명 정도의 승객들, 남녀노소, 각양각색. 배 2층으로 올라가 아마존 주변 경치감상, 간판에서 수면, 맥주한잔, 배탄지 4시간이 지나 밀림 속 숙소인 수상 롯 지에 도착했다.
아마존 정글 아니 강위에 나무와 갈대로 만든 수상가옥. 각자 방 배정, 점심식사, 좀 쉬었다가 카누를 타고 피라니아 낚시를 하러가다.
낚시에 소질이 있어 쉽게 잡힐 줄 알았으나, 강한 입질만 여러 차례 받고 고기는 끝내 못 잡고 낚시를 끝내고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내방에 누워있는데 괜히 기대 했던 것 보다 좀 밋밋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다.
아마존이 주는 신비함, 강열함, 다양함, 생명력, 스릴.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그리고 막연히 기대했던 것에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좀 더 나은 투어상품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기분이 저조해지고 그렇게 잠시 침대에서 잠이 들다.
얼핏 잠에서 깨어보니 바깥은 무얼 하는지 몹시 시끄럽고 또 다른 일행이 롯 지에 와서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아마존 강에 빠져 수영하며, 정박되어 있는 2층 배위에서 뛰어내리고 난리법석이다.
수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좋아하지만 아마존강물이 암적색으로 너무 음침하고 아마존에 사는 이상한 수중동물(간제로) 등이 생각나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고 구경만하다.
아까와 달리 롯 지는 활기를 띄고 배 2층 간판에 올라가 아마존 강으로 지는 낙조를 보니 이게 참으로 아름다운 게 감탄이 절로 나오고 한참 낙조를 사진기에 담고 간판위에 누워 뜨는 별 뜨는 달을 보며 아마존에서 나는 여러 소리와 냄새 바람 공기들을 음미하다 보니 내 마음에 평화스러움과 충만함이 넘치고, 이곳처럼 온전히 아마존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까 후회스러운 마음은 사라지고 은연중 만족스러움을 느끼다.
전기나 문명과는 거리가 멀고 샤워 물도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사방 수 km안에, 아마존 정글 안에, 아마존 강 위에 오직 한 채 외로이 떠있는 수상 가옥.
달은 휘영청 밝아 도저히 방에 있을 기분은 아니고 모기약 듬뿍 바르고 배 2층 간판에서 하늘보고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대 자연 품에 내 몸을 맡기다.
갑자기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고 지금 8시, 악어사냥 갈 시간이란 생각에 부랴부랴 내려와 다시 카누를 타고 달빛을 듬뿍 받으며 1시간여 동안 아마존 강을 미끄러지듯 가니 어느 곳에 이르러 강폭이 좁아지고 주변 나무와 수풀에 안개 비슷한 수상한 기운이 감싸져있는, 개구리 비슷한 소리가 울리는 묘하고 신비감이 도는 장소에서 악어 새끼하나 포획, 사진 찍고 설명 듣고 악어와 뽀뽀도 한번하고 사냥을 끝내고 숙소에 다시 돌아오니 거의 11시경.
내 방에 들어가 창문을 활짝 열고 침대에 들어가 잠에 빠지다.


1. 아마존 투어 상품 중 최고급 롯 지에서 하는 원래 이것을 생각했으나 가격이 50만 원대.
책에서 나와 있는 것 보다 2배 더 비싸고, 투어 출발시간이 8시와 오후 2시.
시간대와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으나 나중에 이것 선택했어야 됐나 잠시 후회하다.
2. 고풍스런 목선을 타고 아마존 강을 거슬러 아마존 주변 항구와 아마존 밀림을 보며, 간판위에서 드러눕기도하다가 그물 침대에서 흔들거리며 한숨자기도 하고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것 보다 이렇게 가는 과정이 훨씬 더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