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일째 7월 10일 월요일> 아마존 밀림 트레킹

이리저리 꿈을 요란하게 꾸고 있는데 방문을 꽝꽝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깨고 예정에 없는 아마존 일출을 보러갈 사람 깨우는 것.
정신이 번쩍 나 바로 옷 갈아입고 나와 조그만 보트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거의 바다나 다름없는 광활한 아마존 수평선에 해가 떠오르고 평상시 하는 대로 호흡과 명상을 통해 해를 한 아름 온몸에 담고 아마존 대자연의 생명감을 내 몸 안으로 초대하다.
돌아와 아침식사하고 식사 후 좀 쉴 틈도 없이 정글 트레킹이 예정이 되어 있고 작은 보트로 30분 정도가 배를 타고 아마존 정글로 들어가는데 가이드라는 친구.
앞니는 두 개 빠지고 생김새는 아마존 원주민처럼 생겼는데 어린애처럼 꾸밈이 없고 영어를 썩 잘한다.
거기 모든 관광객들, 미국인 뿐 아니라 유럽사람 등.
영어로 설명하고 가이드 하는데 제일 알아듣거나 말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나인 것 같다.
쥐나 개나 어린이나 엄마나 원주민이나 저렇게 쉽게 영어로 듣고 말하고 하는데 영어에 목숨 건 사람처럼 하는 나는 왜 이리 귀도 입도 안 뚫려 지금도 버버 거리는가 생각하니 약간 속이 상한다.
이 친구가 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재미있고 성실하게, 장난도 쳐가면서 아마존의 나무들(고무나무, 말라리아약, 물 대신 먹을 수 있는 나무..) 에 대해 하나하나 생생하게 설명해주고 냄새 맡게 하고 맛보게 하는 등 우리 일행 모두 아마존을 배우는 학생이 되어 열심히 진지하게 트레킹을 즐기고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고 알차게 진행되다.
타잔 줄타기를 마지막으로 다시 배타고 숙소로 돌아오니 1시가 넘어가고 온몸이 눅눅해 마나우스 가서 샤워하지 하다 결국 못 참고 다른 사람 점심 식사하는 도중에 빗물 받아쓰는 허름한 자연식 샤워 실에서 온몸 비누칠하고 샤워기를 트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가릴 데만 겨우 가리고 이웃집 여자 샤워실로 가서 물을 틀어보니 여기도 마찬가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로 비눗기만 대충 제거하고 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나오는데 별로 기분 나쁜 생각은 들지 않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다.
옷 갈아입고 식당 테이블로가 다른 사람 다 끝난 자리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오늘 마나우스에서 새로 출발한 팀이 롯 지에 도착하고 어제 우리 팀보다 더 많은 것 같고 아무튼 짐 꾸려서 맥주와 물 먹은 것 계산하려고 20달러 주니 20불 돌려주며 지금 잔돈이 없으니 마나우스 가서 계산하자한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투박해보여도 계산은 정확하구나 생각이 들고 여러모로 다른 나라 관광지에 비해 덜 다라지고 훨씬 더 순수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미 국가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낙천적이고 친절하다.
배위에 올라 간판에서 일기 쓰고 있는데 3시쯤 되어 배가 출발한다.
올 때는 여럿이었지만 갈 때는 두 사람뿐. 배에서 자다가, 일기 쓰다가, 해먹에 눕다가, 또 사진을 찍는다.
2층 간판위에는 문신한 미모의 여자만 있고 그녀도 나와 같이 구명 복을 베게삼아 2층 간판의자에 누워 잠들어 있고, 깨어나 책보다가, 사진 찍고, 갈 때의 약간의 설레임과 분주함 대신 돌아올 때는 모든 것이 한가하다.
이틀 투어동안 야간 악어 트레킹부터 보트 맨 앞 지정석이 그 아가씨와 내자리가 되어버리고 악어 들고 있는 사진 부탁해 한 장 찍어준 후에는 이틀 동안 있어도 없는 듯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무심히 대하고 마나우스로 돌아가는 4시간동안 간판위에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뒹굴 거리다보니 배가 선착장에 도착, 택시로 원래 숙소까지 가이드가 데려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그녀와 택시 뒷자리에 앉아있는데 묘한 친근함이 느껴진다.
다운타운에서 그녀는 먼저 내리고 서로 간단하지만 마지막으로 다정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는 전번 호텔로 가지 않고 다른 호텔 소개를 부탁하니 가이드가 손수 내려 그 호텔 앞까지 나를 안내하고 자기는 돌아가는데 그 호텔은 이미 꽉 차고 거기서 소개받은 맞은편 호텔에 숙소를 정하는데 거의 전형적인 우리나라 love hotel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간단히 씻고 거리를 나와 main street 을 따라 걸으니 여기가 down town 중심지인 모양으로 사람으로 북적대고 바로 골목을 나오자 첫날 묵었던 호텔이 나온다(그땐 몰랐는데 공항 안내 아가씨가 싼값에 좋은 호텔을 소개시켜 준 것임).
도로를 따라 쭉 내려가니 우리나라 컵라면 같은 것을 팔고 있어 똑같은 것 하나 시켜먹고 좀 더 내려가니 우리나라 닭 꼬치 파는 마차에 들러(하나에 400원 정도) 현지인처럼 고물과 소스에 쳐 3개 정도 맛있게 먹고, 쭉 따라 내려와 동네 애들 축구 시합하는 것을 보다. 야간에 미니축구장, 농구장만한 크기에 철조망이 쳐져있고 신발, 규칙이 좀 다르고 박진감과 속도감이 있어 꽤 흥미롭게 보다.
이발을 하기로 작정하고 운동장 건너편 길을 가다.
얼마 가지 않아 운 좋게 뷰티 숍을 발견, 손님이 상당히 많고 남자 미용사에게 간단히 머리 스타일에 대해 설명.
나름대로 성의 있게 머리를 잘라 나올 때 칭찬해주고 오는 길에 ATM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실패.
좀 더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와 빨래하고 문화 영화 좀 감상하다 그대로 잠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