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일째 7월 6일 목>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만만치 않은 도시.


새벽1시 50분 비행기는 떠나고, 전에 산티아고에서 리마~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는 비행기 시간을 이틀 연기할 때 이시간대로 변경하려 했으나 sold out.
다 매진 됐다는 말인데 어쨌든 오늘 스탠바이해서 바쁜 일정, 자는 시간 이용해,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소모시키지 않고, 최대한 빨리 목적지 떠날 수 있게 돼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얼핏 비즈니스 가격대를 알아보니 90만원, 상당한 액수이다.
생각 외로 비즈니스 석은 빈자리가 많았고 기내식이나 서비스도 타 비행사에 비해 많이 떨어짐을 느낀다.
스탠바이하면 거의 100% 자기 원하는 시간대에 탈수 있다.
(두 가지 조건, 첫째 혼자 일 것. 둘째. 스탠바이 시간에 최대한 맞춰 등록)
비행기는 아르헨티나에 아침 7시 넘어 도착하고, 걱정했던 비자(3일 비자)는 별 문제 없이 통과. 공항 출국장으로 가 아메리카 에어라인, 12일 마이애미 행 예약확인하고, 혹시 모를 부에노스에서 이과수 비행편도 확인하고, ATM에서 현금 인출 하기위해 공항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오히려 시설, 인프라, 서비스 면에서 페루리마 공항에 비해 떨어짐을 느낄 수 있다.
공항 버스티켓을 끊어(택시나 레미스는 비쌈) 버스를 타고 앞자리에 앉아 시내구경 하려 했으나 도저히 눈꺼풀이 무거워 뒤쪽으로 옮겨 좀 자다보니 도착(40분, 산마르틴 광장).
버스터미널을 묻는데 그때 독일인 친구를 만나다.
그 친구는 아르헨티나에 여러 번 왔던 경험이 있고 다른 지방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가는데 같이 동행하기도 하고, 현지 언어를 구사하며 내 표를 끊는 것까지 일일이 챙겨서 도움을 준다.
이 친구가 없다 해도 그리 어려움을 느낄 내가 아니지만 오랜만에 사심 없는 친절을 음미하듯 모든 것을 그 친구에게 맡기고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헤어 질 때 뭔가 섭섭함이 느껴져 따뜻함을 선사한 그 친구와 사진 한 장 찍고 작별하다.
버스 매표소에서 이과수 가는 티켓을 끊는데 여기선 최고의 버스회사인데 거기서 제일 비싼 상품이 가로로 2좌석(5만원쯤).
바로 밑이 가로 3좌석(4만원).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전자를 선택하려 했으나 시간대가 후자가 다음날 11시 30분 도착으로 한 시간 빨리 도착해 그렇지 않아도 모자란 1시간을 번다는 생각으로 4만원하는 버스를 선택하다.(이것도 2번째로 좋음)
짐은 무인 보관소에 둘 다 넣어두고 맨몸으로 터미널을 나오니 거의 11시가 넘어가는데, 이과수로 가는 버스는 오후 7시에 출발하고, 남는 시간 열심히 부에노스시내관광을 하기로 하고 먼저 터미널 근처에 있는 산 마르틴 광장으로 가다.
레티로 역 근방,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서 거대한 소시지 넣은 빵에 샌드위치를 욕심 부려 사다.
가면서 꾸역꾸역 입에 쳐 넣으며 산 마르틴 광장을 둘러보다가 산타페 거리를 따라 걷다.
다음 코스로 콜론 극장 쪽을 향하다.
산 니콜라스 지구, 플로리다 거리를 따라 번화가로 보이는 곳에 그냥 정처 없이 몸을 실어 계속 흘러가는데 엄청난 인파와 다운타운의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아르헨티나가 이정도로 잘 살았나. 이정도로 발전했나. 땅만 크고 축구 좀 잘하는 후진 나라인지 알았는데 거의 유럽의 한 도시를 걷는 듯하다.
사람과 거리의 활력과 열기, 살아 있는 도시고 힘이 있는 도시구나.
앞으로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 중남미 펀드를 사야겠다고 속으로 작정하다.
계속 서울에 명동, 충장로를 연상하며 거기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길거리 공연들을 기웃거리며(특히 기타 치는 사내의 손놀림과 클래식 곡의 선율이 그 자리를 뒤로 하고 떠나는 내 귓가에 여러 걸음 동안 감미로움을 남아있게 했다.) 걷다가 나이키 매장에 들러 상의 셔츠 3장을 싼 맛에 욕심내 사고 지하철을 타고 5월 광장 쪽으로 가 성당, 대통령 궁을 구경하다.
오벨리스크가 있는 세계에서 도로 폭이 제일 넓다는 대로변을 따라 계속 가다 사진현상소에 들어 CD굽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해서 근처 피자집에 들어가 맥주 2병에 피자 한판을 다 먹다. (아르헨티나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화장실가기 힘든 나라. 2번시도 실패. 결국 오줌 싸기 위해 피자집에 들르고 온 김에 왕창 먹다.)
배는 포만감으로 부르고 기분이 약간 알딸딸해진다.
나이든 웨이터 인상이 좋아 마치 호텔 지배인의 풍채, 직업의 귀천을 떠나 자기 일을 진지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5달러 파격적인 팁을 선사해주고 현상소에서 CD 가져 나온 후 다시 산 마르틴 광장 쪽으로 들어가 주변을 산책하다.
터미널로 가야할 시간이 40여분 남고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 항구 쪽으로 빠른 걸음을 걷다.
항구에선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통제, 어떻게 해서라도 바다를 보려고 주변 사이 길로 들어 가기위해 주변도로를 계속 우회하면서, 멀리 바다 쪽에 저녁놀이 붉게 번지는 모습을 따라 거의 뛰다시피 돌아다녔으나 결국 바다로 가는 길은 찾지 못하다.
시간이 거의 임박하여 버스터미널에 6시 넘어 도착, 짐 빼고 커피한잔, 7시 되어 버스에 승차하다.
버스는 지금까지 타본 것 중에 최고의 시설과 편의성.
거의 좌석은 수평으로 눕혀지고 무척 넓고 안락해 웬만한 비행기 비즈니스석보다 더 나은 것 같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계속되는 음식물 제공에 입이 심심치 않고 비디오를 틀어주는데 현지어에 영어자막, 오히려 쉽게 줄거리 파악이 되 나중에 영어 공부할 때 써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한 밤중에 약간 추웠으나 견딜 만 했고 버스로 17시간 이동.
그리 힘들지는 않겠다고 생각이 들며 실제로도 편안히 가다.

*마음이 열어지는 방법

숨구멍, 털구멍, 땀구멍,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 가슴까지도 활짝 열어라.
세상을 향해, 온 우주를 향해.
두려워 말라! 상처 받음을. 두려워 말라! 피해당함을.
상처는 쉽게 치유되어 강건함이 더해질 것이요, 손해도 금방 복구되어 오히려 풍요로움이 더해질 것이다.
신이 스며들 공간을 남겨놓아라. 그리고 신의 역할을 기대하라.
대자연의 엄청난 생명력은 네 몸 구석구석을 정화시켜 치유하며, 온전케 할 것이다.
세상은 곧 바로 활짝 열린 너에게 미소 지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7월 7일 이과수 폭포를 거닐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