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째(7월 14일 금요일) 9전10기, 키웨스트에서 산타도밍고 까지

혹시 있을 차량 강도가 걱정되어 차량 문을 활짝 열어 놓지는 못하고 에어컨 틀고 창문만 살짝 열어 논 상태에서 차문은 잠그고 잠을 청하다.
반 시동 걸어 놓은 상태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으면 방전되지나 않나 얼핏 그런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빗방울 차 천장 때리는 소리에 깨 보니 이상하게 바람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뭔가 불긴한 예감이 스쳐 차 계기판을 보니 불빛은 보이지 않고, 급히 시동 걸어보니 차는 침묵에 빠진 채 차가 완전히 죽어 있다.
시계를 보니 2시 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
당혹스러운 마음 가라앉히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 잠이나 더 자자하고 다시 잠에 빠져 있다 깨어보니 5시가 다 되고 일단 차에서 나와 어디에다 도움을 청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마이애미 12시 비행기 맞추기 위해서는 여기서 6시에는 출발을 해야 할 텐데, 이 이른 새벽에 어디에다 도움을 청할 것인가.
우선 불 켜진 곳부터, 바로 옆 힐튼호텔 주차박스 내에 사람 있는 것을 보고 현 상황을 설명, 차안에서 잤다는 것이 좀 그래 그냥 차 라이트를 켜 놓고 방전 됐다 하려다 솔직히 있는 그대로 상황을 말하니 바로 알아듣고 일단 cable을 구해야 하는데 자기한테는 없고 호텔 프론트를 가르쳐 주며 거기에 문의를 해봐라 해 길거리로 나와 보니 거기 마침 택시가 주차 되어 거기에다 문의, 있는 그대로 상황에서 12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지금 떠나야 한다는, 긴박감을 더해 말하니 거기도 금방 알아듣더니 자기에게는 없고 카폰으로 회사에 문의 하더니 거기에도 jump cable이 없다 하며 미안해한다.
어쩔 수 없이 주차원이 말한 대로 호텔 프론트로 가서 데스크 직원에게 똑같이 설명하니 거기서도 호텔 안에는 없고 몇 군데 전화 하더니 미안하지만 구할 수 없다기에 호텔을 나와 청소차로 인도를 씻고 있는 어떤 사내에게 문의, 자기는 모르겠고 도로를 씻고 있으니 반대편 인도로 다녔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러자 하고 반대쪽 도로로 가 주변을 둘러보니 도와 줄 사람은 보이지 않고 빗방울만 한 방울씩 떨어지고, 일단 차 있는 곳에 다시 돌아와 마음 느긋이 먹고 늦으면 좀 어렵더라도 비행기 연기해서 타면 그만이고 렌트카도 하루 더 연장하면 그만이다 생각하고 잠시 또 몇 분 잤을까 깨어보니 6시 30분.
시간대가 거의 마지노선을 넘어가고 사람들이 한두 명씩 왕래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얼핏 차 시동 소리가 들려 차 밖으로 나오니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이 있어 간단히 jump cable 이 없냐니까 없다하고, 다시 도로로 나와 큰 트럭이 짐을 운반하고 있어 저기엔 있을 가능성이 있다싶어 트럭 운전사에게 사정을 말하니 자기는 그런 게 없고 지금 물건을 배달하는 카페테리아에 문의해 보자며, 트럭 운전사 짐을 배달하면서 그 주인에게 물어 보니 없다하고, 다시 도로를 우회하니 청소부차가 길거리에 대져 있고 흑인 두 명이 길거리를 청소하고 있어 거기에 다시 사정을 말하니 그 직원 나를 데리고 어느 사무실 있는 곳 까지 데려가더니 거기서 어떤 덩치 큰 흑인에게 나를 인계하면서 그 친구에게 사정을 대충 말해주고, 그 친구를 차 있는데 까지 데리고 와 (꽤 멀리) 차 본 네트를 열어 보고 시동을 걸어 보고 몇 번 시도 하더니 empty배터리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한번 취하더니 싱겁게 그냥 가버리고 마침 내 차 옆에 주차하고 있는 중년 남자에게 cable 있냐하니 없다고 말하고 차가 옆에 주차 되어 있으면 cable 연결하기가 어려운 텐데 하는데 반대쪽에서도 한 여자가 차를 대고 그 여자(직원인 듯 보임)에게 사정을 말하니 약간 경계하며 없다하고, 다시 도로로 나와 반대쪽 주차장에서 어떤 남자에게 시도, 거의7시가 다되고 한사람 인상 좋은 청년, 그대로 보내고 이제 마지막 한명 만 더, 항구에 일하러 출근하는 동료 직원 둘이 지나가는 것이 보여 약간 망설이다 다시 try, 한명은 별 관심 없어 보이고 또 한명은 성실한 모습으로 관심을 보이며 내 차 있는데 까지 와서 본 네트를 열어 배터리를 보고는 차를 뒤로 뺄 수 없냐 해서 두 사람은 밀고 나는 기어를 중립에 놓아 운전하고 자기차를 주차 된 곳에서 가져오겠다고 하더니 조금 있으니 그 사람차가 내차 옆에 대어지고, 뒤쪽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바로 그토록 찾던 jump cable.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선이 훨씬 길고 결국 시동 거는데 성공하다.
사람이 얼굴 따라 성품이 나타난다고 상당히 선해 보이는 50대 초반,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는 부두에서 일하는 노무자 차림에 옷은 허름하지만 인격이 느껴진다.
매우 고맙다고 말하고 사례하고 싶다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 하니 절대 사양하고, 그 사람 이름을 물어보고 상대의 눈을 쳐다보며 진심어린 감사와 작별을 나누다.
시간은 아침 7시가 넘어 가고 만약 공항에 11시 이전에 도착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남아 있고 시동을 건 내차는 힘차게 키웨스트 시내를 빠져나와 마이애미로 떠난다.
반쯤은 포기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고 있으면서도 약간 실감이 안 나고 기분이 상기가 되다.
해가 뜨고 자동차 정비소나 렌트카 영업점에 연락해 시동을 걸 수는 있으나 그러면 두 가지 약속은 깨어지고 어쨌든 10번이 넘는 시도 끝에 겨우 성공.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거저 일어나는 일은 없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새벽, 어제 기분 낸다고 과속 했던 거에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고 너무 이른 새벽에(4시 출발 예정) 출발 계획을 세웠던 것도 결코 현명하지 않는 결정, 시간은 늦었지만 절대 서둘거나 과속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하다 (어쨌든 첫째도, 둘째도 안전).
어제와 달리 하늘은 맑게 개이고 바다 색깔도 에메랄드빛을 회복, 잠시 졸음이 와 대서양과 멕시코 해를 가로지르는 도로에서 잠시 바다 있는 해변 쪽으로 거닐다.
주유소에서 셀프 주유하고 먹을 것을 사서 먹으며 계속가다.
2시간 넘게 가니 마이애미 공항으로 간다는 이정표가 보이고 그 쪽으로 진입하니 여기는 어제 온 길과 다른 완전한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한 시간 정도 달리다 복잡한 간선도로에서 공항입구에 도착하다.
렌트한 차를 어디에다 돌려주나(국내에서처럼 공항 주차장에 있을까) 하고 보니 안내 표지판에 렌트카 리턴 표지판이 있고 그쪽으로 한참 가도 오히려 공항에서 시내 방향으로 다시 나가는 간선도로가 나오고 그 가운데 차를 세우고 잠시 생각, 어디도 표지판이 보이지 않고 무작정 시내 쪽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공항 쪽으로 재진입 해 다시 거기서 여기저기 길을 물어 공항에서 시내 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렌트카 영업소가 있어 정확하게 11시 도착.
차 반환하고, 공항까지 픽업 시켜주는 버스가 떠나려는 것을 간발의 차로 올라타고 공항에 도착하다. 카운터에서 체크인 하고 마일리지 시도, 여기서도 시간만 잡아먹고 실패하고 수화물 창구가 이미 닫혀져 짐 두 개 다 들고 비행기에 탑승하다.
비행기는 만석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2시간 정도 날아가 도미니카, 산타도밍고에 도착하다.
기내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잠만 자다.
산타 도밍고 입국심사.
사전 정보가 충분치 않아 혹시 비자 문제로 걸리지 않을 까 약간 긴장 했으나 별 문제 없이 통과하다.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 배회하며 가방 안에 있는 잡다한 것들 버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면도, 옷매무새 가다듬고 유로 200TC(8000R)도미니카 화폐로 환전하고 여행 안내소에서 산타도밍고 시내지도를 얻으려다 실패하고 시내까지 교통편에 대해 문의하니 오직 택시만 된다고 해서 얼마냐 하니 35달러.
비싸다하니 싸다고 하고, 오직 택시뿐이냐 다시 물으니by taxi, by plane.
아주 싸가지 없는 나라란 생각이 확 들고, 말 그대로 4일 일정으로 왔는데 바로 비행기 타고 뉴욕으로 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이 사람들 분위기가 성실함 보다는 좀 날 넘어 보이는 가벼운 느낌.
어쨌든 좀 망설이다 택시를 주워 타고 산타도밍고 다운타운을 향해 가다.
가는 도중 비치 말이 나와 굳이 이 나라 다운타운 까지 갈 이유는 없을 것 같고 어차피 비치에서 쉬며 해양 스포츠를 염두 해 두고 온 것, 방향을 틀어(시내와 정반대) 비치 쪽으로 향하게 하다.
택시 운전자에게 좋은 호텔로 안내 하라 하니 바로 5star라고 농담 하는 게, 이친구도 까졌구나 생각이 들었으나 생각보다 훨씬 더 성의 있게 3군데 만에 그런 데로 좀 맘에 드는 호텔 53 달러에 짐 풀다.(두 번째 호텔도 별로여서 세 번째 호텔부터는 그냥 내가 찾아보겠다하고 짐을 내리려 하니 굳이 다시 택시 태워 안내해주다.)
택시 운전자에게 너는 괜찮은 친구야 하며 흔쾌히 악수하고 작별하다.
호텔 안은 리조트라고 할 수는 없고 방에 올라가 그냥 씻고 영화 잠시 감상하다 그냥 잠들다. 저녁 8시 정도

H&E&L
1. 아메리카 에어라인 항공사, 승객을 불편하게 하는 항공사, 비능률, 만약 21c에도 계속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미국인의 애국심 때문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