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일째 ( 7월 17일 월) 온전히 쉰, 그러나 별로 인 것 같은 하루

계속 정신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가 여행 자체가 갑자기 loose 해져 버린 느낌, 오늘 정도쯤 떠났으면 좋겠다하는 맘이 든다.
별로 볼 것도 할 것도 없는 곳.
나라 자체는 별 관심의 대상은 못 되고 쉬기는 쉬는데 뭔가 불만족스러운 느낌이 은연중 밀려오고 살은 찌지는 않은 것 같은데 선 체조 해보면 몸이 무겁고 뻑뻑한 느낌이 든다.
누어서 뉴욕에 대해 공부하다.
빨래는 잘 마른 것 같고 그래도 문은 활짝 열어 놓고 러닝은 창가 쪽에 메달아 널고 잠바에 얼룩 손질 하고 햇빛은 상당히 좋은데 베란다에 내 놓은 운동화가 제일 늦게 마르려나.
옥수수, 바나나에서 약간 상한 부위 떼어내고 그렇게 조금 먹다가 팬티 마른 것 접어 비닐 봉지에 넣고 T셔츠는 좀 더 바싹 말리려 창가에 좀 더 걸어두고 밖으로 나오다.
비치로가 바닷물에서 3m정도 떨어진 야자나무 밑, 레스토랑 테이블에서 스파게티와 땅콩을 먹으면서 9시부터 2시간 동안 여행 영어 공부하다.
비치 왼쪽에 크고 제법 웅장한 리조트가 있어 그쪽 경계를 넘어 들어가 구경하다.
경비원들이 외부사람들 리조트 안에 못 들어오게 통제하는 가운데 살짝 리조트 안에 들어가 보니 조경이나 시설이 제법 그럴 듯하고, 얼마 못 가서 경비원이 제지해 하루 묵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니 여행사 에이전시, 풍채 좋은 친구에게 나를 안내하고, 그 친구, 평소 나를 잘 아는 사람처럼 반갑게 대하고 한국 사람이 어쩌고 김치를 좋아하니 어쩌니 하며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이 나라 여러 가지 여행 정보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하루 묵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가격을 문의하니 하루100달러(경비원은 50달러) ‘그래 좋다, 체크인 하고 싶다’ 말하니 프론트로 안내해 주고 거기서는 가격이 또 올라 150 달러 주라고 하고, 갑자기 기분이 미묘해져서 에이전시에게 웃으며 약간 비싸다 하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며 내 말에 동의 한다.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그 친구와 그렇게 헤어지고 리조트를 나와 숙소 쪽으로 향하다.
어쨌든 한 곳에 계속 있으니까 더 지루 한 것 같아 다른 호텔을 물색하는데 별로 맘에 드는 호텔은 없고 잠시 후회하는 맘이 생기다.
미리 좀 알아보거나 인터넷이나 여행사라도 잘 활용 했으면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좀 더 나은 리조트에 묵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송영 서비스, 아침저녁 올 뷔페, 그 밖 여러 서비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더 가라앉으려 해 숙소에 돌아와 거기서 하루 더 묵기로 하고 대신 방을 바꾸어 달라고 해, 좀 더 조망이 좋은 곳으로 방을 옮기다.(2시)
샤워를 하고 잠시 수면하다.
날씨는 몹시 흐리고 비가 올 듯 말듯 방안에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김미현이 골프 역전 우승하는 것을 보다. 4시 정도, 수영복을 반바지 안에 끼어 입고 1000R 짜리 지폐 한 장 들고 비치로 나오다.
카페테리아에 맥주 한 병 시키고 비치 의자위에 옷 벗어 놓고 수영 시작하다.
비치 맞은 편 바다 멀리 자연 방파제 까지 가보려 했으나 수심이 너무 낮아 가다가 되돌아오고 이번에는 횡으로 비치 왼쪽 resort가 있는 해안 쪽으로 횡단하기로 하고 길게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계속 수영해 가다.
인적이 드문 갯바위와 해안선 암벽 위에 지어진 레스토랑이 보이고 수심이 점점 깊어져 만일을 몰라 해안 쪽으로 붙어서 가다.
바다 속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해조류 등에 정신을 놓고 수영하다보니 어느새 비치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고 다시 비치 쪽으로 헤엄쳐 옷 벗어 놓은 곳 까지 되돌아오다.
시간은 2시간 정도가 지나 있고 옷 갈아입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어제 맛있게 먹은 생선 튀김 생각이나 그 근처로 다시 되돌아가 한 마리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오다.
씻고 침대에 누워 오늘은 어제완 달리 별로 맛없게 불량식품(?) 먹고 TV보다가 그냥 잠들다. 침대요가 빠져 나올 정도로 뒤척거리며 꿈을 많이 꾸다.
하루에 한 테마씩.

H, E, L
1. 김미현 내면, 정신력의 승리.
상대선수 외국선수 특유의 외적인 여유, 미소, 큰 키에 비해 김미현은 엄숙 하리 만큼 표정이 없이 굳어 보인다.(애처로울 정도로 작아 보인다)
김미현에게 기를 넣어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