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일째 (7월 22일) 라스베가스의 하루

6시 정도 일어나 씻고, 호텔 내부투어에 나서다.
어제 저녁 과식에 몸도 찌뿌드드한 게 미국에서는 웬만해선 좋은 컨디션 유지가 힘들다.
호텔 내 여러 가지 위락시설에 워낙 넓고 복잡해 일단 호텔부터 파악하기 위해 위아래, 안과 밖, 카지노, 식당, 놀이공원, 서커스 장, 수영장... 호텔 내를 2시간 넘게 돌아다니다.
위치 파악이 끝나니 모든 것이 그렇듯이 내 집 같이 편안해지다.
시장기가 드는데 싼 값에 아주 먹음직 한 걸로 유혹하는 광고를 보고, 결국 별로 싸진 않지만 요리는 그런대로 괜찮아 뭔가를 생각하며 덤덤하게 먹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져 눈물 먹으면서 식사하다.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뉴욕에서부터 어벙한 실수를 연발하다보니 뭔가 나 자신이 맘에 들지 않고 은연중 심기도 많이 상해 있다.
온 발가락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돌아다니는데 별로 실속 있는 여행은 못 되는 것 같고, 몸은 몸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면서 껍데기에 쭉쟁이, 뭔가 불만족스러움. 별로, 맘에 안 드는.
- 서설이 너무 길다 -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능숙하게 잘 하는 것이 훌륭한 것인가,
자신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고 불확실한 그 어떤 것을, 시행착오와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시도를 포기치 않고 서투르게나마 끝까지 해나가는 것이 훌륭한 것인가?
밥을 먹으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바로 눈물이 터져버리고 자기 이해가 은연중 지금까지 자신에게 쌓여 있던 감정을 좀 풀어준 것 같고 그렇게 눈물 콧물 섞어 식사 한 후 9시 정도 되어 호텔 풀장에 가서 수영 1시간쯤 하고 내방으로 올라오다.(사람이 많고, 풀은 적고, 그냥 올라올까 하다 그냥 마음 바꿔 재미있게 수영)
바닥에다 이불을 깔고 온몸 마사지 겸 선 체조를 2시간 넘게 해주다(특히 발아래 쪽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로션까지 발라주고 몸에게 고마움, 미안함을 표현하다)
1시 좀 못되어 일명 캣 버스라는 것을 타고 다운타운 쪽으로 향해 그레이하운드 데포에서 그랜드캐넌 가는 버스표를 사고(새벽 6시 10분 행) 다운타운 쪽 관광을 시작, 번화가와 카지노 이곳저곳을 방문하다.점심식사.
카지노 안 스낵바에서 간단히 해결 하다.
기프트 숍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손톱 깎기, 병따개 등등 종류별로 10개 넘게 사가지고 30분 넘게 기다려 버스 타고 호텔로 돌아와 내방에서 씻고 잠시 쉬다.
카지노에 내려가 돌아가는 원판으로 하는 게임에 20달러 보태주고 돌아가는 뭔가에 20달러 수강료 지불하고 어제 것까지 해서 벌써 60달러 보태주고 아직 한도가 40달러 남아있어 카지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블랙잭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이것은 무턱대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냥 포기하다.
저녁 다시 한 번 뷔페식당에 가 이번에는 적당히 2접시 먹고 8시쯤 밖에 나오는데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서 방에 들어가 그냥 자고 싶었지만 라스베가스 화려한 야경을 보지 않을 수 없어 버스타고 센터로 가다.
거기서부터 2시간 동안 불야성을 이룬 호텔, 카지노 네온사인과 화려함의 극치를 맛보고 한 바퀴 삥 둘러 시내를 일주하다가 호텔로 들어와 잠들다.
어쨌든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 다녔지만 내 취향은 아닌 곳 같은 라스베가스에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