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 사파리 (이틀째)

5시 좀 넘어서 기상. 얇은 호흡. 불편한 자세로 텐트 안에서 간단히 체조하는데 가이드 겸 운전기사인 포커스가 깨우러 다님(5시 40분). 바삐 짐 꾸리고 좀 늦게 차에 탐.
두 꼬맹이 조금 기다린 것이 화났는지 인사해도 대꾸가 없음.
이것들 봐라. 아침새벽 사파리 시작. 임신한 하이에나, 뿔이 큰 사슴, 임팔라 떼.
그러나 동물들보다 일출과 같이 피어나는 세렝게티의 자연속의 경관들. 멋진 나무, 초원, 숲 등이 더 마음에 들다.
세렝게티의 오솔길을 따라 많은 사파리 트럭들이 거의 같이 이동하다.
동물을 보는 것 만 아니고, 순수한 생명력이 가득한 원초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곳.
맑은 공기와 햇빛과 파장, 새소리, 바람소리, 온몸을 스치는 공기의 감촉들. 꼬맹이가 잔기 침을 해 감기 걸렸나싶어 나에게 약이 있는데 필요한가 묻고는 사탕 몇 개 나눠주니, 그네 들도 비스킷 주고받고 망원경 빌려보고, 사이가 조금 좋아지다.
야영지로 다시 돌아오니(9시경) 요리사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놓고, 아침 먹으면서 두 프란체스카와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프란체스카1 아빠는 스리랑카, 엄마는 영국인. 아빠직업이 심장외과 의사이고 비교적 잘 사는 집 딸에다 교육도 제대로 받은 것 같고, 부모님 걱정 안하시냐 하니 싱긋 웃으며 약간 그런다고 한다.
아침식사 끝나고 운동 겸 발차기 동작을 하니 프란체스카 2(귀엽지만 조금 통통)가 저도 태권도 배웠다고 아는 체해 포카리와 꼬맹이 둘에게 간단한 시범 보이다.
오전 사파리 시작. 별로 다양하게 동물 보이지 않고 누와 얼룩말만 떼거지로 있음.
어제 수능 영단어2 거의 마스터하고 오늘은 수능 영단어1 사파리 도중 틈나는 때 마다 듣는다.
사파리 대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 느낌표. 어떻게 된 게 이 나라는 운전자부터 요리사, 가이드, 심지어 삐끼나 길에서 만나는 불량배 비슷한 애들까지 기본 의사를 영어로 자유롭게(내가 보기에) 소통한다.
참 이상하고 부럽기도 하고. 글도 잘 모르고 기본적 셈도 쩔쩔매는 것 같은데 도대체 우리 교육에 어디가 문제가 있는 것인가.

궁금증 WHY
1) 왜 아프리카가 동물의 천국이 됐는가.
거대한 초원,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초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도 가도 초원 만.
2) 아프리카는 모두 더운가.
전혀. 우리나라 늦봄에서 초여름 날씨. 오히려 새벽에는 쌀쌀. 한낮에도 그늘에 있으면 덥다는 느낌이 없다.
진짜 더운 데는 인도인 것 같고 지금 여긴 맑고 푸르고 높고 상쾌하다.
3) 아프리카 초식동물들. 누나 얼룩말, 기린, 임팔라, 사슴 등, 맹수들 때문에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이 드넓은 초원에서 사자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사냥하는 모습 포착하기는 거의 로또 당첨 확률. 99.9%의 평온함속에 0.1% 시간에서(공간에서) 맹수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살육이 일어남.
쉽게 말해 인간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동물들이 맹수들의 먹이가 될 확률이 오히려 더 낮다고 사료됨.
4) 과연 아프리카에 말라리아모기가 많은가.
지금까진 거의 모기구경 못했음(말라리아 약 금요일마다 복용. 만약을 대비해 모기장 안에서 수면. 글쎄).
새벽 사파리에 나무 위 표범 한 마리, 또 한 마리.
오전 사파리 나무 위 나무 밑에 사자 1마리, 2마리.
드넓고 광대한 초원과 평원 속에 생각보다 동물 종류들이 많지 않았음.
갈대 키 정도 자란 풀에 보물찾기하듯 한 마리씩 발견. 맹수보기는 별 따기. 아직, 악어, 치타, 코뿔소, 사자 숫컷, 들소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고 누와 얼룩말 떼거지, 기린 간혹, 코끼리 드문드문, 코끼리는 쵸베 사파리에서 원 없이 봤고, 아직은 사파리보다 광활하고 탁 트인 대 자연에 더 매료되다.
1시정도 점심 먹다. 야영지 텐트 걷고 짐정리. 가이드 겸 운전사인 포커리가 어디 갔는지 거의 4시가 되도록 오지 않는다.
모든 예외적인 일들은 결국 나를 이롭게 하기 위한 것.
굳이 오후 사파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편안하게 어제부터 오늘 것 까지 밀린 숙제(일기)와 주변을 산책하고 꼬맹이들도 차분히 자기할일들(여행가계부 쓰고 일기 쓰는지)하고 요리사는 핸드폰으로 계속 가이드와 CONTACT를 시도하고 얼마 후 포커스, 차를 손봐가지고 돌아오다.
포커스에게 고생했다 치하하고 우리 일행은 여기(세렝게티)를 떠나 응고롱고로로 이동하다.
이동 중 해질 무렵, 길가, 길게 자란 수풀 속에 숨어, 사냥한 누를 포식하고 있는 사자를 운전 중인 포커리가 발견, 차를 후진해, 수풀사이 희미하게 실루엣처럼 흔들리는 그 모습, 사자와 강열한 eye contact 경험케 하다.
포커리의 초인적 시력에 대해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다.

HEL
언제나 화두처럼 간직하라. 심신의 정화, 치유, 온전함. 새롭게 거듭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