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6(6월 11일 일) 기대보다 별로인 베네치아

6시 정도 기상하다.
기차 안은 춥고 불편해 잠을 설치다.
기차는 12시간 넘게 달려 베네치아에 8시 30분에 도착하다.
기차역 안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의 소개로 숙소를 결정하고 호텔로 바로 가 체크인 하려 했으나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11시 이후에 하기로 하다.
시내 일일 권 교통티켓을 사고 수상버스를 타고 바로 리도 섬으로 가다.
선착장에서 비치까지 버스를 타고 길게 늘어진 해변 쪽 백사장과 길을 따라 한없이 걷다.
바다 쪽으로 나있는 방파제에 앉아 어제 산 초밥 도시락을 먹다.
백사장에는 수많은 사람들 수영과 선탠을 즐기고 비치 뒤쪽으로 많은 호텔들, 토플리스트 차림으로 선탠 하는 아가씨들, 처음에는 눈요기가 되었으나 나중에 젖통도 살의 일부처럼 느껴져 덤덤해지다.
1시경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 허름하고 좁은 방 그러나 오랜만에 밀린 빨래를 하다.
4시 넘어 모든 일이 끝나고 기차역으로 가 내일 로마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는데 1O시 행은 2등 칸 밖에 없어 2시 30분 티켓을 결정하다.
베네치아의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길을 따라 산 마르코 광장 쪽으로 걷다.
성당 구경하고 광장 쪽, 선착장과 바다 쪽 따라 나있는 길을 걸으며 또 수상버스를 타고 순간순간 이동하며 보물찾기 하듯 여행책자에서 명소로 소개된 곳을 찾아다녀 거의 베네치아를 일주하다시피하고 여기서도 도로와 건물들이 곧 익숙해져 몇 번씩 왔던 데가 반복되곤 하고, 그냥 바닷가를 따라 정처 없이 걷다가, 보다가, 사진 찍다가, 쉬어가다, 그만 되돌아오는데 어느새 8시가 넘어 베네치아 아드리아 해 바다와 건너편 마조레 성당을 배경으로 선 셋이 지고, 다시 베네치아의 중심인 산마르코 성당, 밤거리 풍경을 보다가 배가 고파 들어간 곳이 이탈리아 파스타 레스토랑. 입맛에 맞지 않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으려니 옆에 늙은 백인 계 남자와 같이 있던 동양인 여자가 한국사람 이냐고 우리말로 아는 체 하다.
늙은 미국인은 그녀의 남편. 요트로 지중해, 유럽 여행 중에 베네치아까지 오게 된 것으로 베네치아가 생각보다 별로라는 것,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것에 서로 공감을 하고 자기남편을 소개해주고 어떻게 말이 나와 혼자 배낭지고 세계여행중이라니까 상당히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하나 던진다.
“ 너는 이 여행을 즐기고 있냐.”
혼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건성으로 먹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게 보여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어쩐지 모르나 그 사람이 악의 없이 한 질문이 순간 귀에 거슬리고 즐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 대해 뭐라 한번 말해 줄까하다 영어가 짧고 피곤해 그냥 대충 그렇다고 마무리 짓다.
이 늙은 미국인, 가진 돈은 많으니까 젊은 동양인 여자 데리고 해년마다 요트타고 여행을 다니는 게 나름대로 삶을 멋있고 즐겁게 향유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고, 또 그런 그들 눈에는 인생을 즐기는 게 전부일 것 같으나 동양적 가치체계로는 그것은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웃기는 짜장 면 같은 놀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
오늘 도착해서 기차 여행의 피로감, 베네치아의 아름다움보단 사람들의 불친절, 맛은 없는데 값은 비싸고 성의 없는 태도.
기분이 좀 가라앉아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어쨌든 이야기는 이걸로 끝내고 약간 어색하게 음식 절반 정도 비우고 식당을 나오며 계산할 때 식당 측 몇몇 실수에 대해 한마디 해주며 눈길로 강하게 한번 쏘아주고 나오다.
10시가 넘어 배타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곯아떨어지다.

1. 호텔에 있는 늙은 여주인의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침착하고 의연하게 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잘 넘기다.
2. 매너와 예의는 상대보다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자신을 보호해주고 자신이 올바르다는 좋은 느낌을 갖게 해준다.
3. 짬짬이 휴식해라.
너무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돌아다니지 말고 순간마다 눈감고 명상하고 이완시켜라.
몸이 피곤해지면 활기가 떨어지고 생각이 부정적으로 쉽게 흐른다.
4. 직관에 더 많이 의존하라.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 어떤 생각과 욕구가 스쳐지나가는 것까지 존중하라.
5. 정확한 것도 중요하나 집요하지는 말라.
6. 불쾌하고 좀 부당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No Problem을 훈련.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라. 이것은 자신을 위험하게 할 수 있고 자신에게 불리하다.
7. 물가가 비싸고 먹을 게 별로 없다.
특히 물 사먹기가 겁난다.(비싸기도 하고 탄산가스 함유)
8. 여기선 현지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지 미국인도 헤매고, 하물며 나도 헤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