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8일째 ( 6월 13일 월) 바티칸을 위해 로마에 오다

5시 40분에 기상.
내일 아침 일찍 폼뻬이로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바티칸, 콜롯세움, 스페인 광장 등 로마관광을 끝마쳐야 한다.
우선 거리가 여기서 가장 멀고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코스인 바티칸을 제일 먼저 가기로 하다.
우선 지하철 1일 권 (4유로) 끊고 바티칸 박물관 입구 쪽으로 가는데 개장도 안했는데도 엄청나게 줄이 길게 늘어서있고 물경 1시간 30분 기다려 10시 정도 박물관에 입장하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열심히 박물관 안에 소장된 작품과 내역 등에 대해 공부해 차라리 내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고 박물관 내부에 들어와 작품 하나씩, 특히 안내서에 나와 있는 작품들 위주로 하나하나 확인하며 음미하다보니 시간이 꽤 많이 걸려 느리게 관람이 진행되다.
박물관을 나와 바티칸 성당으로 가다.
프라하에 있는 성당도 나름대로 좋았으나 규모나 웅장함에 있어, 마치 몇 개의 성당을 하나로 합쳐 놓은 것 같은 그 규모에 압도되고 어느 누구도 바티칸의 권위에 도전치 말라는 상징적인 웅장함이 곳곳에 느껴지고, 두루두루 사연과 내력이 깃들여져 있는 곳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또 세밀하게 관찰하고 흥미 있게 바티칸을 관람하다.
바티칸을 나오니 늦은 오후가 된 4시경.
나머지 일정이 생각나 바삐 코폴라 광장 쪽으로 이동하고 거기서부터 명품의 거리로 알려진 곳,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아이 쇼핑 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스쳐 지나니 곧바로 스페인 광장이 나오고, 거기 작은 분수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고는 시인들이 산다는 쪽으로 올라와 맥주 하나 사서 먹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꼬레아 월드컵 어쩌고저쩌고 이탈리아말로 아리송한 말을 해, 이 친구 뭐가 잘못 됐나 이상케 생각하는데 오늘 13일.
우리나라와 토고 간에 축구 경기가 있는 날, 말하는 투가 우리가 이겼다고 축하해 주는 뉘앙스가 분명하고 나도 순간적으로 펄쩍 뛰어올라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리고 서로 하이파이브하고 기쁨을 나누고 헤어지는데, 또 그 비슷한 친구가 아는 체하며 호들갑에 설쳐대고 한국이 이겼다는 말에 이탈리아 악명 높은 소매치기에 대한 경계와 사람에 대한 긴장은 순간적으로 날아가 버리고 이러한 방심을 틈타 나의 손에 끈 하나 묶어주면서 행운의 상징이라 25유로를 요구하는데, 그때서야 뭔가 순수치 못한, 의도된 축하와 선의를 눈치 챈 나는 5유로 주기로 하고 정신없이 수습(?)하는데, 갑자기 지갑이 보이지 않고, 아직 그네들 수중으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겨우 지갑 되찾고 위기를 모면하다.
지갑 안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신용카드와 특히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직불카드가 날아갈 상황이니 가슴이 덜컹 내려않을 상황이다.
순간적으로 긴장의 끈을 풀어버린 것에 대해 나의 부주의에 반성하고 약간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잘못했다기보다 사람에 호의와 선의를 이용해 사기 치려는 그들이 더 악랄하고 비열한 것이고, 비록 지갑을 잃어버렸다 해도 고생은 참 많이 하겠지만 또 얼마든지 내 자신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 일. 마음을 담대하게 가지니 별 감정의 손상 없이 다음 코스로 진행할 수 있었다.
트레비스 분수에 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먹으며 분수에다 동전도 던지고. 기분은 썩 내키는 것은 아닌데, 그런다고 해야 될 것을 안 하면 여행의 직무유기이고.
시간이 거의 5시 30분.
한군데 더 갈 데가 있는데 바로 콜로세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그때서야 입장시간이 마음에 걸렸으나 무작정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매표소는 이미 CLOSE 되어있고 약간 실망이 되려는 것 긍정적 전환. 바깥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그게 그거 오히려 입장료 10유로 벌었다 생각하며 대신 열심히 주변 껍데기 구경도 하고 개선문인가 하는 것도 보고.
유적지로 가기위해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하니 분명 무료입장이라 써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줄지어 서 있고. 나도 덩달아 자리 잡고 앉아 쉬어간다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10분이 30분되고 30분이 한 시간되고, 일어서 나오려다 보니 기다린 시간이 아깝고, 나중엔 이 줄이 유적지 관람이 아닌 어떤 공연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뭔가 장난에 호기심도 생기고 그저 그냥 기다린 김에 끝까지 기다려 보자 작정하고 주위사람에게 구태여 언제 무엇을 하나도 묻지 않고 길거리에 앉아 호흡과 명상, 그리고 길거리수면.
여행 내 바쁘고 분주해 꼭 필요하다 하면서도 소홀하기만 했던, 간간히 휴식이라는 중요한 일을 거리에 앉아 자의반 타의반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저녁 8시 30분. 이제 정말 5분만 더 기다려 입장시키지 않으면 그냥 자리를 뜨리라 하는데, 곧바로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이것도 인연이려니.
음악, 아닌 오페라라도 하는 게 아닌가하는 잔뜩 기대감을 갖고 9시가 넘어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어떤 사람이 나와 인사말을 하는데 웬 인사말이 그리 긴지 3O분이 넘어도 끝나지 않고, ‘원래 여긴 격식을 그리 찾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다음 또 한사람이 나오는데 다시 인사말, 사이사이 관객들은 박수를 쳐주고, 언제 본 공연에 들어가나 싶어 지루한데 번뜩 섬광처럼 이게 음악회가 아니고 시나 문학 낭송회군 하는 생각이 스치고 낭송 도중 그냥 나오기가 뭣해(체면도 상하고) 워크맨 틀어놓고 그냥 듣다.
낭송이 끝나 열심히 박수 칠 때 같이 호응해서 따라 치고 막간에 피아노 연주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감동 받은 얼굴을 하고 자리 뒤쪽으로 가서 좀 더 음미하는 듯 서 있다가 거기를 나오다.
소귀에 경 읽기도 아니고 이탈리아어에 ‘ㄱ’ 자도 모른 사람이 시낭송회라니 약간 우습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로마 역에 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맥도날드 빅맨에 치킨 너트 하나 시켜 놓고 먹으려다 맥주만 있으면 딱 인데 싶어 잠시 접시를 탁자에 놔두고 맥주 찾아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또 한 번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어떤 숫지고 어벙하게 생긴 아가씨가 손도 대지 않고 포장도 뜯지 않은 빅맥 등 나의 저녁밥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린 것.
어이가 없었지만 잘 통하지도 않는 말로 욕을 해대기도 그러고, 이미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 주어 건져 낼 수도 없는 것, 한번 어깨를 으쓱하며 과장된 몸짓 한 번 하고 바로 맞은편 피자가게로 가 피자세트 시켜 먹다.
빅맥 같은 인스턴트 음식은 여행도중 특히 저녁에는 삼가 했는데 그걸 먹지 않고 피자 먹게 되어 오히려 잘 됐다고 자위하면서, 끝까지 다 먹으려 하니 콜라와 더불어 먹는데도 너무 느끼해 천부적인 식성을 발휘해 겨우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우고 11시 다되어 숙소에 들어오다.
도미토리(4bed)는 늦은 시간인데도 내방엔 아무도 없고 피로를 푼다는 의미에서 천천히 샤워 한 후 잠시 앉아 힘 빼고 명상 좀하다가 바로 잠에 들다.
자는 동안 비어 있던 bed가 다 차고 인기척에 좀 시끄러웠을 법도 하건만 한 번도 깨지 않고 그대로 숙면을 취하다.

오늘하루, 아침부터 많이도 기다리고 별 잡다하고 약간 큰일도 날 뻔한, 그렇지만 바티칸은 굉장했고 참 이상하고 묘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