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9(6월 14일 화) 폼베이에서 하루를, 로마여 안녕

5시 30분 쯤 잠에서 깨니 비어있던 3개 bed는 어느새 사람으로 차있고 다른 사람 방해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씻고 짐정리 하다.
시간이 좀 남아 침대에 앉아 디카 사진 정리 하며 정신을 판 순간 어느새 7시가 되고 그때부터 부랴부랴 서둘러 체크아웃 하러 프론트에 갔더니 아무도 없고(요금은 선불), 로마 역으로 가 짐을 수화물 보관소에 맡기려 했으나 사람이 밀려 있어 포기.
바로 대합실의 전광판을 보니 7시 25분, 나폴리, 탑승 gate가 뜨기에 겨우 시간에 맞춰 기차에 오르다.
느긋한 마음으로 일기장을 꺼내 일기 쓰며 창밖 경치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검표원이 티켓을 주라고 해서 티켓과 유레일패스를 건네는데 뭐가 잘못 됐는지 나에게 잘못 기차를 탔다는 것이고 티켓을 확인해 보니 내 티켓엔 7시 27분, 이 기차는 7시 25분. 2분 차이로 다른 기차를 탄 것이고 이유야 어쨌든지 나는 패널티를 4배 물어야 한다.(25.5유로)
거의 3만원 가까운 생돈을 뜯기니 기분이 더러워지려는 것을 흔쾌히, 기꺼이 기부 하듯이 주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전환시키다.
만약 예약비가 20-30유로로 비쌌으면 훨씬 더 많은 패널티를 부과 당했을 것이고 또 행선지가 같은 기차를 탔기 다행이지 만약 달랐으면 이것 또 오늘 하루 일정 수습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앞에 사람, 주위 사람이 눈치가 보였으나 아무렇지 않게 기차에서 주는 커피 서비스 받아서 먹고 이 자리의 원 주인이 나타나지 않기를 속으로 바라며(나타나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니 걱정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하다.
9시 30분 쯤 기차는 나폴리에 도착하고 일단 큰 가방을 기차역 baggage 센터에 맡기고 폼뻬이 출발하는 기차플레이트 물어물어 찾아가 어쩌면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기차표 사고(유레일패스, 공짜이용. 2-3 유로 싼 맛에 확실히 하기 위해) 기차에 탑승하다.
국철 수준의 기차는 출발한지 40분후에 폼베이 역에 도착하고 내려서 폼베이 유적지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
유적지 안에 입장할 수 있는 문이 서쪽에 하나, 동쪽에 하나 있는데 동쪽 gate(원래는 서쪽 gate부터 하는 것이 원칙)로 입장해 빠르게 서쪽 gate가 있는 방향으로 스쳐지나가고 EXIT라는 표지를 보고 별 생각 없이 그 쪽으로 들어가는데 몇몇 유적지가 나오더니 곧바로 밖으로 연결되고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을 받으며 서쪽 gate 입구로 가서 다시 입장을 하려니까 검표원이 한번 유적지에서 나오면 재 입장이 안 된다고 해서 ‘동쪽 gate에서 얼마 전에 표를 끊어 실수로 나와 버린 것이다’ 말하니 거기 있는 사람과 얼핏 이야기 하더니 그냥 들여보내 준다.
폼뻬이 안내 책자를 5유로에 깎아 사서 서쪽 입구부터 순서에 따라 보물찾기 하듯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사진과 유적지의 내력을 살펴가며 내 최대 특기인 walking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고 꼼꼼히 살펴가며 한 군데 한 군데 발굴해 나가니 가이드 없이도 상당히 알찬 투어가 되고, 빠른 걸음으로 군더더기 없이 이동하건만 시간이 꽤 걸린다.
날씨는 아주 쾌청하고 공기는 맑고 신선하다.
계속되는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 소풍 온 것처럼, 마치 우리나라 시골길처럼, 정겹고, 소박하고, 한적하고, 아름답다.
나무가 숲을 이루고, 꽃들이 푸른 언덕에 만발해 있고, 2000년 전 화산이 폭발하기 전 이곳에 삶과 자연도 이렇게 평화스럽고 아름다웠으리라.
오래전에 폐허로 변해 도시를 발굴하고 그 형태를 복원했으나 무척 정적이고 정막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같이 텅 빈 마을과 집과 신전에는 공허함이 깃들여져 있고 이런 것들을 한 곳 한 곳 집어가며 바삐 돌아다니니 시간도 생각보다 바삐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언덕 위, 마을을 뺑 둘러 성 벽처럼 되어 있는 고갯길을 따라 폼베이 시내를 바라보며 원을 그리듯 한 번 돌고, 유적지 안 고가에서 결혼 야외촬영을 하는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과 아름다운 신부 얼굴을 눈부시게 바라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3시경 내가 처음 입장했던 동쪽 gate로 빠져나와 역을 향해 걸어가다.
통닭집을 발견하고 하나에 5유로밖에 하지 않는 통닭을 마치 횡재한 기분으로 싸가지고 역에 와서 맥주 한 병 사고 표 끊고 난 후 화장실가서 손 깨끗이 씻고 역사 우측 한적지고 나무그늘이 있는 곳에서 맥주에 먹는 통닭 맛이 고향에서 먹던 그 맛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어렵게 얻은 소금에 찍어 음미하듯 천천히 씹어 먹는 맛이 말 그대로 꿀맛이다.
얼마 후에 천천히 기차는 들어오고 기차 타고 가면서 반쯤 졸다보니 5시.
어느새 나폴리에 도착하여 보관소에서 짐 찾고 전광판에 5시 40분 로마행 gate NO가 뜨기를 기다리는데 roma란 글자는 보이지 않아 아침에 한 번 뼈아픈 실수를 한지라 빠르게 인포메이션 센터에 문의하니, 로마는 경유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gate No를 다시 가르쳐 줘 거기서 기차를 타고 무사히 로마 역에 도착하다.
취리히 행 기차는 8시 40분 출발.
역에서 얼마간 기다렸다 제대로 확인해서 기차를 타고, 전번 쿠쳇 이등실에서 고생을 한 경험을 기억해 4 bed 일등실로 예약해 입실, 반바지 갈아입고 여행영어공부하다.
자기 전 출출하여 아까 먹다 남겨온 닭고기, 기차 통로에 서서 맛있게 먹고 11시 좀 넘어서 취침하다.
로마→ 나폴리→ 폼베이→ 나폴리→ 로마→ 취리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5번 기차를 갈아타며 오늘도 꽤나 분주했던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