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0(6월 25일) 마드리드에서 투우를 보고 유럽 일정을 마무리 하다.

유럽에서 마지막 일정이고 마드리드에선 특별히 가고 싶다거나 생각해 둔 곳이 없어 좀 쉰다는 의미로 침대에서 깨면 다시 자고, 몇 번 반복 하니 10시가 훌쩍 넘어 버린다.
그래도 너무 퍼져있기가 그래서 생각정리, 안내 책자 보니 몇 가지 흥미를 끄는 것이 있어 간단히 하루 스케줄 짜고 11시 30분 정도 아또차 역 근방 숙소를 나오다.
투우와 플라맹고, 둘 다 스페인 하면 생각나는 대표주자. 투우는 일요일만 하는데 운 좋게도 오늘이 일요일이다.
플라맹고는 안내책자를 보니 저녁 8시 넘어서야 공연이 있어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한다.
먼저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숙소 근방 이어서 걸어서 가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1937년대 작품을 보고 달리, 미로 등 현대 미술 거장들 작품을 보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통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느끼다.
그림이란 2차원의 평면상에다 애통함, 공포, 절박함 등 인간 내면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나타내 보일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다.
어긋짐과 비틀림 속에 조형미와 체계성. 그림을 구도적 차원까지 승화, 완전히 충만한 아름다움의 표출 할 수 있음을 보면서 반 고호 때와 마찬 가지로 피카소 작품에서도 일반적 그림들이 갖는 평면적 밋밋함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뭔가를 보다.
현대 미술에서 독보적인 두 존재, 고호와 피카소. 왜 피카소이고 왜 고호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이번 유럽 여행에서 얻은 큰 소득 중 하나이다.
자신만의 방식과 색깔로, 열정적으로 내부에 근원적 잠재력을 끄집어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 즉 자기다운 것이 세계적이다 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 준다.(왜 고호에게 이렇게 끌리는 걸까)
고호의 불꽃같은 삶, 열정적 창조의 삶, 정신병적인 광기의 예술로 승화. 그리고 열정과 광기는 매우 흡사해 보인다.
고독함, 치열함,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자기만의 작품세계와 자기만의 삶을 고집, 강열함 속의 내면적 연약함.
나의 내면에 열정이 그로 인해(작품과 삶) 터져버릴 것 같이 끌리고 자극을 받고 매혹 당한다.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는 일요일에는 입장이 무료. 엘리베이터와 건물이 특히 인상적이다.
미술관을 나와 건물 그늘을 찾아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어제 저녁에 샀던 빵, 복숭아 통조림 등, 짐정리 차원 열심히 배속으로 이동시키고 쁘라도 미술관으로 향하다.
거기에서 무엇을 본다는 의미보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곳이래서 몇몇 주요 작품 위주로 그냥 스쳐보고 나오다.( 박물관과 성당은 거의 질려있는 상태! 너무 많이 봐서)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가서 주변 현대적 건물들과 돈키호테, 분수, 쌍쌍이 나온 연인들,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
날씨는 거의 유럽에서 보기 힘든 화창한 날씨여서 산책하기도, 사진 찍기도 썩 좋은 상태이고 최대 번화가라는 그랑비아 쪽을 따라 쭉 걷다가 왕궁 쪽으로 꺾어져 주변에 있는 멋진 정원에서 시간 좀 보내다가 마요르 광장 쪽에 물어물어 걸어서 가다.
거기까지 가는 거리와 주변건물이 고풍스러운 게 꽤 그럴싸하다.
광장은 사각형으로 건물이 뺑 둘러있고 그 안에 펠리페 3세의 기마상이 서 있고, 카페테리아, 선술집 비슷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고 광장을 통하는 입구에는 미술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자기 작품을 팔고 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투우가 5시부터 하는 게 생각나 부랴부랴 지하철타고 벤타스 투우경기장 쪽으로 가다.
늦었다고 서둘렀지만 투우는 실제로 6시부터 경기장 안으로 입장할 수 있고 7시부터나 시작한다고 해 잠시 경기장 주변을 이것저것 구경하다.
행상인에게 준수가 입으면 예쁠 것 같은 빨간 바탕에 까맣게 소가 그려져 있는 셔츠를 5달러 주고 사다.
투우 관람료는 자리에 따라 불과 몇 유로부터 시작해서 100유로가 넘는 것까지 다양했는데, 좌석의 위치뿐만 아니고 햇볕이 들고 안 들고까지 세분화해서 다양하게 등급이 매겨져 있다.
내 것은 11유로로 중간쯤 되는 등급의 표를 사고 입장해서 7시가 되니 팡파레와 같이 투우가 시작된다.
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순하고 뿔이 뭉특한 소가 아니고 몹시 공격적이고 사람을 보면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뿔은 몹시 크고 창끝처럼 날카로워 위협적이고 소등 쪽에 상처를 미리 내 소가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투우가 시작되는데, 이것도 전통적인 수순과 절차가 있어 무조건 소를 찔러죽이면 되는 게 아니고 처음에 탐색전이 시작되고 다음 말을 탄 사람들이 먼저 깊지 않은 창으로 소에게 상처를 내고 그 다음 2명이 양손에 짧은 창을 들고 소 등 위에 4개의 단창을 꼽고 난 후에 비로소 정식투우사에게 인계가 되 붉은 천으로 소를 유인하여 힘을 뺀 후 결정적으로 소의 급소에 칼을 깊숙이 쑤셔 넣고 거의 치명상을 입은 소는 코너에 몰아 마무리꾼들이 확실하게 숨을 끊게 하고. 실제로 보니 소가 장난이 아닐 만큼 크고 위협적인데 사람이 하는 이런 행위와 얼마 전까지 펄펄 거리던 생명체가 죽어 움직이지 않는 그 모든 것들이 섬뜩해 잔혹함과 무상함이 섞여진 별로 즐겁지만도 않는 미묘한 기분이 들다.
3마리의 소가 죽자 투우는 끝나고, 멋지고 간결하게 소를 죽인 투우사에게 환호와 갈채가 쏟아지고 투우는 끝나다.
경기장 밖을 나와 시계를 보니 8시가 훌쩍 넘고 11시 55분 비행기에 맞혀 일단 지하철 타고 아또차역에 가서 무인 락커에서 짐을 꺼내다.
마드리드 공항을 가기위해 거기서부터 무려 4번 지하철을 갈아타고 공항에 도착, 란 칠레 항공사 카운터 물어보니 여기서 다시 4번 터미널로 가야한다고하고 다시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 공항버스타고 15분 정도 더 가 거기도착하다.
해당 카운터로 가 체크인 하는데 탑승 일자가 변경되어있고 원 월드 티켓이여서 시간이 좀 걸린다.
큰 짐은 산티아고에서 단지 하루 있는 관계로 패스하고 이스터 섬에서 바로 받을까 했으나 결국 산티아고에서 찾기로 하고 출국 수속을 받기위해 오렌지R18로 가는데 공항은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답게 건축미를 최대한 살려서 멋지게 지은 듯 보였고 공항 지하철을 20분정도 타고 R18 gate에 도착해 출국소속 받고 보안검사 마친 후 탑승 장 안에 들어가다.
파리에서 비행기를 놓친 경험으로 이번에는 시간이 넉넉하게 잡아서, 아무튼 국제공항일 경우엔 어떤 변수가 생길수도 있으니 늦어도 3시간 전부터는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다.
23시 55분, 비행기는 DELAY를 계속하더니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전광판에 나오다.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거의 졸다 자다시피하다.
하필 눈 뜬 시간이 마침 탑승이 시작된다는 사인이 떨어진 시점, 정말 운 좋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까지는 14시간정도 걸리고 어쨌든 유럽 일정은 이걸로 끝나고 남미의 시작 칠레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