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인터라켄, 행복의 도시 루체른. 그러나 막판 위기를 넘기고.

불확실성의 하루.
언제나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다.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모두 나 혼자 챙겨야 한다.
안전한 것도 좋지만 밋밋한 것은 싫다.
그래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여행 스케줄.
실수를 안 하기가 힘들지만 어쨌든 그때마다 잘 넘기고 있다. 좋던 안 좋던 만족스럽던 그러지 않던 간에 이 자체로가 완벽함이다.
나는 잘하고 있다. 힘내자 -fighting -

어제 저녁에 비가 조금 온 것 같고 몸은 그리 가볍지 않지만 공기는 상쾌하다.
창문을 통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 봉오리가 보이고 파스텔풍의 지붕들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씻고 배터리 충전하고 옷, 모자 손질하고 k2기능성 바지 갈아입는데 여행 내내 입다보니 후줄근하니 낡아 보이고 큰 가방은 어제 풀지 않은 그대로여서 나갈 준비 끝난 후에 아침식사하다.
우유, 커피, 오렌지주스, 식빵 3쪽, 잼 2개 버터 2개, 슬라이스 햄. 무척 많이 질릴만하건만 아예 내 식성을 이번 여행 동안 서양인 체질이라 생각하기로 작정한바, 천천히 음미하면서 커피에 설탕 듬뿍 쳐 마시고 시원한 수돗물 먹으면서(오직 스위스에서만 수돗물을 식수로)꼭꼭 씹어 식사하다.
짐 들고 숙소를 나와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 사다.
값이 무척 싸 싼 맛에 로션, 바디린스, 치약, 빵 무더기로 사다. 나중에 짐이 되어 몇몇은 버리다.
사진관에 가 CD를 구우려니 1장에 10F씩 3장은 구어야 한다고 해 그냥 나오고 Harder 행 산악기차 타는 곳 3번 물어 찾아가다.
친절하고 상냥한 매표원 아가씨에게 큰 짐은 맡기고 30분마다 떠난다 해서 남아있는시간 이용해 주위 강, 철교 둘러보고 와 케이블카 맨 앞자리 오르다.
전망대에 올라가 시내, 호수, 산 등이 어우러진 경관을 보고 사진 찍고 얼마간 있다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치 않고 걸어서 내려가다.(걷다 뛰다 꽤 빠른 걸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거의 한시간만에 입구 있는 데로 내려오고 매표소에 맡겨 논 짐 찾고 루체른까지 바로 가지 않고 루체른 행 기차가 맨 처음 도착하는 곳까지는 여기서 유람선을 타고가기로 결정(기차로는 10분, 배로는 1시간 10분), 선착장으로가 20분 정도 기다려 배를 타니 12시 10분에 배는 떠나다.
유람선 2층 간판위로 올라가 아까 마트에서 사서 가방에 넣어 놓았던 맥주와 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주변 경관 보면서 영어공부하다, 멋진 경관 나오면 사진 찍고 하다 보니 금방 도착하고 기차 시간표에 거의 맞춘 관계로 번개처럼 내려 2분후에 출발하는 기차를 잡아타고 올라보니 기차는 텅 비다 시피하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자리 잡아 주변 경치 감상하며 좀 졸고 그러다 호수에서 사람들 수영하는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띄어 저거다 싶었고 나도 한번 저 멋진 호수에 풍덩 빠져 수영 좀 하고 가리란 생각하고 내릴 역을 물색하는데 어떤 역은 역사가 호수에서 너무 멀고 겨우 하나 물색하여 호수근처에 역사가 있는 곳에 내리다.
역사에서 걸어 3분 거리 정도에 있는 호수로 가보니 애들이 낚시를 하고 있고 호수 물을 바라보니 참 맑고 투명하다.
선착장에는 수많은 요트들이 정박해있고 호수 물처럼 깨끗한 그 마을을 둘러보며 수영할 곳을 물색하는데 그 근방에서는 아무도 수영하는 사람이 없어 나만 옷 벗고 독불장군 식으로 물에 빠져들어 수영한다는 것이 약간 쑥스럽고 배가 제법 드나들어 여기서 수영이 허용되는지 그것도 의문이고 짐만 놔두고 들어가기도 그러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수영은 못하고 그 대신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 동네 사는 사람들 구경만 잘하고 내린지 한 시간 후 3시 30분 정도 역사 벤치에 앉아 스포츠신문을 보며 월드컵 각 나라 승부 결과를 알고, 기차를 타고 10분 정도 더 가 루체른 역에 도착하다.(유레일패스 이용해 표 끊을 필요도 없이 바로 올라타면 그만, 무척 편리)
루체른 역 무인 사물함에 짐을 보관하고 밖으로 나오다.
강변 쪽에 형성된 여러 풍물들, 바다 같은 호수.
수심이 저렇게 깊은 데도 바닥이 다 보이면서 흘러가는 강물들, 꽃으로 장식된 다리, 백조들, 관현악 페스티발, 루체른 호수와 요트와 도심과 고풍스런 건물과 넘쳐나는 관광객과 유람선, 왕 소시지와 맥주...
흥취와 멋에 아름다운 자연, 천사가 사는 도시답게 사는 사람들, 구경 온 사람들 얼굴이 맑고 환하고 여유 있고 활기차고, 아 행복한 도시와 행복한 사람들 !
그날따라 도시는 완전 축제 분위기.
갑작스레 내리는 폭우, 세상이 깜깜해져 버리고 그러나 환하게 밝힌 포장마차, 목로주점, 젊은이들의 열기는 그대로이고 큰 나무 밑에 비를 피하면서 루체른 호수에 급강하하는 빗줄기, 빗방울이 나뭇잎 치는 소리, 바로 옆 벤치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아가씨, 내 앞을 형형색색 우산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루체른 역사로 되돌아와 전광판을 보니 취리히 행이 가장 먼저 출발한다.
기차 플랫폼 확인하고 좀 기다렸다가 기차에 탑승하니 기차는 떠나간다.
기차에서 일기 좀 쓰고 대충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취리히에 도착.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시간까지 2시간 정도 남아 있어 취리히 역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지하도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타려다 문득 기차표를 확인하고 싶어 가방을 열고 꺼내서 보니 이게 무슨 날벼락 19시 54분 행.
9시54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거 완전히 착각해 버려 1은 보지 않고 뒤 9자만 생각한 것이다.
시계를 보니 거의 10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고 부랴부랴 뛰어 가는데 어디가 기차역 출구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정신없이 뛰다시피, 날다시피, 전광판 다시 확인하고 기차에 오르다.
아! 한국과 프랑스 축구경기 관람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의 상황을 운 좋게 넘기고, 호흡을 가다듬고 쿠쳇, 내 캐빈 안에 들어가 짐 내려놓고 자리 잡다.
기차 안에는 한국 사람들이 붉은 T셔츠를 입은 채 많이 돌아다니고 식빵과 햄으로 저녁식사 대충 때우고 내 bed 앞 털 복숭이 독일인과 악수하고 간단히 인사하다.
물이 없어 중간 역 정차 할 때 자판기에서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 빼내는데 기차가 떠날까 조마조마 엉거주춤, 전광판 보니 시간이 넉넉히 남아있어 내 소심함에 실소하다.
일기 쓰고 11시 정도 잠을 자다.

H,E,L
1. 어떤 실수에도 그저 담대히, 기꺼이 수용하고 절대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다.
실수 하는 것 보다, 그 후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 하느냐가 본질, 스스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을 고수하라.
2. 교합, 그러나 불편함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