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4 ( 6월 1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5시 30분 정도 활동 시작.
기차 역 안에는 많은 사람들(대개 붉은 악마) 의자 바닥 할 것 없이 누워 자고 있다.
6시 20분 발 프랑크푸르트 열차(독일은 전 구간 예약 필요 없이 기차 이용 가능하다.)
짐 정리 하다 보니 세면용 가방이 없다.
어제 월드컵 스타디움 화장실에서 이 닦고 씻다가 놔두고 온 것이 생각나 트렘을 타고 어제 갔던 곳으로 서둘러 가니 화장실 문이 잠겨 져 있어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부랴부랴 역으로 되돌아오다.
지금 6시 5분, 전광판을 보니 6시 20분 프랑크푸르트라고 적혀져 있는 gate를 찾아 그쪽으로 가다.
예약을 하지 않는 관계로 미리 자리를 확보한다는 마음 때문에 약간 조급하게 서둘러 별로 의심치 않고 기차에 미리 오르니 얼마 안 있어 기차가 떠나는데 시계를 보니 6시 20분이 아직 되지 않는 시간.
유럽 기차 출발시간의 정확성을 알고 있던 터라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확인해 보니 이 기차는 뮌헨으로 가는 6시 10분 기차.
그때부터 유레일패스 기차시간표를 보고 궁리하는데 뮌헨은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여서 어쨌든 마냥 갈 수 없는 상황, 갈아타기 용이한 역으로 여기에서 제일 가까운 역을 물색해 거기서 내리다.
여기서도 프랑크푸르트로 바로 가는 기차는 없고 역사 승무원에게 가장 빨리 가는 best way는 무엇인가 묻고 그 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이 짐짓 40여분 남아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역을 나와 평화롭게 보이는 독일 시골 마을을 잠시 산책하다.
유럽 풍 집과 촌 남자와 아가씨들과 아이들, 길 길가의 꽃, 소박하고 한적한데다 무척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껴져 전에 와서 살았던 곳이 아닌 가 착각이 들 정도.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뭔가 마음에 끌리는 것을 뒤로하고 시간이 되어 열차를 한번 갈아타고 프랑크푸르트에 11시 40분에 도착하다(원래 보다 단지 2시간 늦어졌을 뿐).
1시 암스테르담 기차여서 시간이 남아 역사 안을 이리 저리 둘러보다.
스낵코너에서 바비큐덩어리에 맥주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푸짐 가격도 싸고 사람도 친절하다.
시간이 되어 암스테르담 기차에 예약 없이 일등석으로 가 비어있는 자리를 확인하는데 거의 많은 좌석 옆에 불이 들어와 있고 좌석에 불이 들어와 있지 않은 곳을 골라 앉는데, 앉고 나서 혹시나 해 승무원과 파리 간다는 한국 청년에게 다시 한 번 예약 여부를 확인하다.
기차 안에서 열심히 영어 테이프 듣고 화장실에서 이 닦고 용변을 본다.
변비에 치질기가 있어 좌변기 안이 빨간 물감 들인 듯, 거기다 휴지를 잘못 넣어 물이 내려가지 않고, 참 당혹스럽고 황당하여 몇 번 시도 했으나 결국 포기. 일단 예의상 뚜껑을 덮고 변기 주변을 깨끗이 한 다음 화장실을 나와 범인이 현장을 떠나듯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조마조마 하면서 내 자리에 앉는데 뒤통수도 가렵고 뭔가 나의 치부를 그대로 노출시켜 놓은 것처럼 찜찜하다.
어제 사 입은 하얀색 월드컵 셔츠도 벗어버리고(변장과 은폐) 2시간 후쯤 다시 가 확인하니 변기는 고쳐져 있고 내 마음도 다시 홀가분해지고 그렇게 또 내 일에 열중하다보니 거의 5시 쯤 되어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다.
암스테르담 역 생각보다 작고 허름하다.
일단 내일 파리 가는 것 예약하는 것이 급선무 일 것 같아 물경 2시간 기다려서 브뤼셀 경유 해 파리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다.
암스테르담에서 브뤼셀 까지 가 거기서 기차를 갈아타고 파리로 간다. 브뤼셀 까지는 예약이 필요 없고, 파리까지 직행도 있으나 12시, 4시로 시간이 어중간해 결국 2시로 결정하다.
짐은 무인 락커에 넣고 거의 7시 넘어 기차역을 나와 담 광장으로 향하다.
충분히 지저분하고 무질서 하게 보이지만 훨씬 다양한 문화가 느껴져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한국 같은 분위기와 스타일.
담락 거리를 따라 구경도 할 겸 숙소도 구할 겸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를 열심히 걷다가 몸 상태가 피곤해 트렘을 타고 다시 담 광장 쪽으로 돌아와 홍등가 쪽으로 발길을 돌려 구경하는데 월드컵 열기로 온통 거리 전체가 들썩이고, 카페, 선술집 할 것 없이 대형 TV가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경기 관전에 정신이 없고 네덜란드가 경기에 이겼는지 젊은이들의 광적으로 노래 부르고 고함치고, 또 일부는 옆 운하에 다이빙하듯 뛰어드는 등 난장판이 따로 없다.
홍등가를 우리나라 유흥가 보듯 구경하다 호텔하나 발견, 40유로에 결정하고 숙소에 들어가 목욕하고, 팬티 양말 빨고 다시 거리로 나오다.
홍등가는 거의 양성화 된 듯,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암스테르담의 명소를 방문하다는 식으로 많이 넘쳐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그 중 한곳에 사람들이 많이 줄서고 있어 나도 동참해서 줄 서 있는데(나의 지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반드시 뭔가가 있다.) 이곳이 다름 아닌 포르노 쇼 하는 곳 중 상당히 유명한 곳이고, 전에도 몇 번 비슷한 종류로 보았고 가격도 30유로 좀 비싸다 싶어 그냥 가버릴까 하다 줄선 김에 결국 입장하여 관람하는데 전에 태국에서 본 것과 거의 비슷한 내용.
지불한 돈에 비해 그리 흥취가 나지는 않고 그러나 열심히 보고 한 공연이 끝나자 바로 숙소로 들어와 손 발 씻고 이 닦고 잠에 빠져들다.

H,E,L
1. 유럽에서 계속되는 강행군, 의식주 가 진정 가난하다.
컨디션이 좀 씩 저하되고 지치는 느낌도 있지만 반들반들 잘 견디고 있다.
힘들고 시행착오는 있지만, 열심히, 즐겁게 여행한다.
모든 걸 수용하면서 적극적 여행이 되게끔 하고 있다.
어쨌든 이 여행은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아닌가.
2. 여행하는 동안 한국 음식과 한국인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다.
여행하는 동안은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으로 행동하자.
(정보는 얻되 전적으로 내 판단과 결정에 의존한다.
그러나 열린 자세로 필요할 경우 성실히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