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일 째, 6월 20일 화> 암스테르담은 반 고흐를 만나기 위해서였나?

5시 30분 기상하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오늘 파리로 떠나는 2시 30분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다.
큰 짐 안에 배터리 충전기가 있어 이른 아침, 역까지 걸어가 락커를 열려고 생각하니, 락커 키를 안가지고 와 다시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가 락커 키를 찾으니 지금입고 있는 바지 지갑 안에 들어 있고 허탈한 마음으로 역사로 다시 돌아가 충전기 꺼내고, 역 주변 에서 항구 쪽으로 산책하다가 무심코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넘어가 거기서 버스를 타게 되고 어제 산 교통 티켓이(24시간)아직도 유효 한가 운전기사에게 묻고, 얼마동안 버스로 시내를 배회하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기차역 쪽으로 어렵지 않게 돌아와 호텔(40유로. 말이 호텔이지 거의 여인숙)에서 주는 조반을 먹는데 생각 외로 푸짐하고 정성스럽게 나와 그래도 여기는 인심이 많이 살아있구나 생각이 들다.
암스테르담에서 어쨌든 제일 관심사가 반 고호 미술관이기 때문에 10시 개장시간에 맞혀 들어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미술관을 찾아가 열정적, 천재적인 삶은 살다간 반 고호의 이글거리는 작품들을 이글거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공감하는 학생의 자세로 심취하여 관람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반 고호에 열광하고, 왜 그림 한 장에 가격이 수백억 원을 호가 하는가, 이 그림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나, 무엇이 다른 가.
우리가 경험하고 보여 지는 이면에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숭고하는 아름다운 불가사의한 그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고 그것은 간접적으로 희미한 그림자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와 감지된다.
가장 소중하고 진실 된 노력은 그러한 불가사이를 감지하기 위한 노력이고 종교적 의식이나 과학적 예술적 추구도 감춰져 있어서 인지 될 수 없는 드높은 구조, 의식, 비밀을 희미하게나마 포착하기위한 것이다.
반 고호의 그림에서 나는 보여 지고 경험되어지는 것, 이면에 있는 숭고하고 아름답고 본질적인 그 무언가가 표현 되 그려져 있다는 느낌, 바로 그것이다. 그 느낌을 강하게 받다.
관람은 12시를 넘겨서야 비로소 끝나고 그 다음 코스로 꽃 시장에 들러, 네덜란드 튤립 등 여러 가지 것들을 한 바퀴 돌면서 보고(생각 외로 작고 소박), 기차역에 돌아오다.
기차시간이 50분 정도 남아 있어 마지막 코스로 안네의 집 대문이라도 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지만, 시간상 무리인 것 같아 포기하고 14번 GATE에서 브뤼셀행기차를 타니 어제 승무원이 말한 대로 일등석은 예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텅 비어서가고 2시간 정도 편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원래 시간보다 15분 연착하여 브뤼셀도착, 갈아탈 시간이 15분밖에 남지 않아 급하게 전광판 확인하니 6번 GATE에서 파리 행 기차가 출발한다고 자막이 나오고 그리로 가 2등석 예약된 자리로 가보니 어떤 소박하고 못생긴 노처녀가 내 자리 옆에 앉아 있고 결국 그 노처녀는 나를 위해 다른 자리로 피해가고 여기서도 비교적 편안하니 글 쓰며 영어 공부하면서 가다보니 어느 새 파리, 북 역에 도착하다.
혹시 내 몸에서 여행자 냄새가 날까? 세탁과 목욕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가 있는 걸까, 머리가 근질하다.
여행안내 책자를 보니 파리는 보통 도시보다 3배는 두껍고 공부할 시간은 많지 않다.
체류시간은 짧고 가봐야 할 것은 너무도 많다.
뭔가 마음이 조급해 지면서 자칭 강철 몸은 새벽부터 설쳐대 피로가 좀씩 누적 됐는지 멍하고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고 책자에서나 여행자들의 부정적인 말(도둑, 소매치기.)과 편견에 나답지 않게 경계심부터 생기고 기차를 타고 오면서 파리에 대해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계획을 짜느라 뇌력을 많이 소모한데다 일정이 촉박해 도착한 저녁부터 tight한 일정을 소화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겹치니 여행하기도 전에 거대한 다양성과 역동성의 도시 파리에서 기선을 먼저 제압당하고 만다.
여행 책자에서 역 안에서 어리어리 하게 있다가는 소매치기의 표적이 된다느니 마느니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웃기는 이야기들이 신경이 쓰이고, 엄청나게 넓고 복잡한(처음에 도착하면 그 생소함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게 된다) 지하철 망, 그 분주함으로 그렇지 않아도 썩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 그전 쉽게 판단하고 결정 해왔던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어렵게 되면서 점차 무력해짐을 느끼다.
어쨌든 많이 갈팡질팡( 숙소 위치 문제, 지하철 타는 문제..) 헤매다가 결국 노트르담사원 근방에서 내려, 호텔 물색 8-9번 만에 드디어 65유로, 아주 저렴한 (?) 호텔을 발견, 방이 있다는 말에 다른 것 보지도 않고 결정해 버리다.
어두컴컴한 회전식 작은 나무 계단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4층까지 올라가니 허름한 방에 그래도 침대만큼은 제법 크다.
칸막이 욕실은 반 평이 못 될 것 같고 우선 최대한 물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목욕을 한 후, 까닭 모를 무력감과 의기소침에 빠져 저녁에 하기로 한 원래 일정은 무시해 버리고 침대에 그냥 누워 있다가 한숨자고 밖에 바람 쐬는 기분으로 나가니 바로 옆에 성당이 있어 그쪽 정원을 한동안 산책하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참으로 아름다운 선율이 들어오고, 주위엔 합창과 바이올린 독주를 여러 사람이 경건한 자세로 듣고 있고, 성당안 내부가 에코가 되어 음악이 청명하고 웅장하게 들려온다.
순간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약간 감상적이 되어 문득 오늘 하루 열심히 헤매다 결국 여기 까지 오게 된 것도 하나님의 의도가, 보이지 않은 거대한 힘의 의중이 여기 있지 않는가, 잠시 생각이 들었고 그러나 워낙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와 주변 레스토랑을 돌아보니 10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월드컵 때문인지 손님들로 넘쳐나고 여기서도 또 뭘 먹을 까 잠시 헤매다 제법 비싸 보이는 것 호기 있게 시키고, 맛도 별로인 늦은 저녁을 대충 축구 보면서 그리 먹고 여행 중에 처음이나 다름없이 씻지도 않고 빨래 담군 것 그냥 그대로 놔둔 체 무력한 상태로 숙소에 들어와 잠을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