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7 (6월 22일 목) 파리를 떠나 더블린으로

6시 30분 기상.
더블린 10시 20분 비행기에 맞춰 샤를드골 공항으로 가기 위해 7시 30분 숙소를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가다.
어제 쓰던 일일 권을 넣어 보니 빨간 불이 켜진다.(24시간권이 아니고 당일권인 모양)
그냥 넘어 갈까 하다 티켓을 끊으러 무인 판매기로 가는데 동전은 없고 50유로짜리뿐, 승무원을 둘러 찾아보니 따로 승무원은 없고, 할 수 없이 이른 아침에 어디서 돈을 바꿀까 고민하다 지하도를 나와 도로변 식당에서 물 병 사고 다행히 잔돈을 확보하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chatelet 역으로 가 거기서 공항 가는 RER으로 바꿔 타야하고, 이것은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하다는데 국철이기 때문에 유레일패스 소지자에게 티켓 창구에서 무료로 표로 발매해 준다고 안내 책자에 나와 있어 그 바쁜 와중에 매표소로 찾아가 줄서서 기다린 끝에 물어보니 그런 것은 잘 모르고 RER표를 끊으려면 밖에 나가 무인 판매기에서 끊으라고 해 도저히 그럴만한 시간은 없고 나중에 뭐라 하면 유레일패스 보여 주며 그때 해결하기로 하고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RER출발 line으로 가다.
아래쪽 지하철은 엄청 혼잡. 여러 라인의 기차들이 동시에 들어오고 나가고, 어떤 신사에게 공항 가는 것을 물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등이 허전, 큰 가방은 손에 들고 있는데 등에 있어야할 작은 배낭이 없다.
순간 정신이 번쩍 나고(이것은 큰 사건). 그 안에 일기장, 수표, 국제운전면허증, 워크맨.. 여행에 필수품들이 다 들어 있고, 조심해도 프랑스 지하철에 소매치기가 극성이라는 데 이건 그냥 호랑이 아가리에 고개를 들여댄 꼴.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하자’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지금은 비행기 타는 게 문제가 아니고 배낭을 찾는데 문제다.
곰곰이 어디서 배낭을 벗었고 놔두었는지 생각하니 REM 티켓 문의하면서 작은 배낭 안에 있는 유레일패스 꺼내다 거기에 놔둔 것이 생각나고 무척 혼잡한 상황에서 겨우 엘리베이터를 발견, 위로 올라가 겨우 거기를 찾아가니 승무원 창구 바로 옆에 배낭이 얌전히 있는 게 아닌가.
전쟁 통에 잃어 버렸던 자식 찾은 것 같은 감격 뒤로하고 황급히 주어들고 바로 내려가니 그쪽 line 에 정차되어 있는 기차가 있어 공항 가는가 묻고 바로 거기에 올라타다.
공항에 도착하고, 지하철 나가는 출구에 대개는 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정면 쪽 삼엄하게 출구 입구를 지키고 있어 사정을 말하고 정면 돌파 할까했으나 그럴 시간은 여전히 없고 반대쪽 모퉁이 개찰구 입구는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도둑질하다 도망치는 기분으로 그 쪽 차단기를 넘어 메트로 지하철을 나오고 공항 출국장을 찾아가야하는데 마음은 조급하고 길은 헷갈리고, 갈팡질팡하다 물어 보니 공항 까지는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해, 버스로 5분정도 가서 상당히 혼잡하고 시설이 낙후된 것처럼 보이는 샤를드골 공항 안으로 입성하고, 에어링구스 체크인 센터에 부랴부랴 도착하니 방금 카운터가 close 됐다하는데 비행출발시간에는 아직 40여분 남아있는 상태, 승무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어떻게 한번 시도해 봤으나 결국 비행기를 놓치고 말다.
국내 키세스 여행사에 전화, 어떤 뾰쪽한 대책을 내놓지 못함.
원 월드규정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상당히 방어적이고 까다롭게 규정을 적용, 거의 도움 받지 못하고 전화비만 왕창. 결국 여기서 내가 직접 해결하고자 작정하고 에어링구스 항공사 카운터로 가서 사정을 말하니 즉각 다음 비행기로 발권을 해주며 아직 미정이었던 더블린~ 마드리드 예약(일자를 연기했기 때문에 확실히 자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해 버리니 생각보다 너무 쉬워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모든 항공 일정상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갖게 되다.
다음 비행기출발시간은 3시.
급하게 서둘러 오다보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갑자기 시장기가 들어 맥도널드에 가서 빅맥 하나 시켜먹고 2시간 남겨놓고 체크 인, 더블린을 경유하는 곳으로 말하고 짐은 바르셀로나에서 받기로 해 큰 짐을 쉽게 처리해 손을 하나 가볍게 하다.
출국 수속, 보안 검색을 끝내고 안에 들어 가 일기를 쓰다.
샤를 드골 공항, 세계적인 공항답지 않게 시설이나 규모나 모든 게 허름하고 뭔가 엉성하다.
시스템적인 문제, 직원들의 불친절도 눈에 자주 띄고,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하다.
에어링구스 항공사, 아시아 마일즈 청구했으나 그 개념을 모르고, 거의 모든 구간에서 비즈니스를 확보했으나 유일하게 여기는 비즈니스석도 없다.
기내에서 나오는 음료조차 돈 내고 사서 먹어야 하고, 괜히 이리저리 손해 보는 느낌이다.
더블린에 도착 시간 4시 5분,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비행기로 떠나니까 체류시간은 불과 15시간 남짓, 간단한 절차로 입국하고 기네스 공장 방문하는 것을 첫 번째 일정으로 삼고 5시까지 가야 견학이 가능하다고 하고 아직 시간이 40~50분 남아있어 공항버스 타지 않고 일반버스 탔는데 길도 막히고 어쨌든 1시간 넘게 걸려 시내에 도착. 마음을 비우고, 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오코넬 거리 템플바, 더블린 대학, 도서관, 무작정 시내버스에 올라 시내 투어 하다 버스 안에서 그럴듯한 숙소 발견, 체크인하고 방에 짐 풀고 들어가 샤워를 하는데 여기도 목욕탕이 거의 반 평, 평상시대로 마무리는 냉수로 하기 위해 손잡이를 냉탕 쪽으로 힘껏 돌렸는데 여기는 냉 온수 방향이 반대, 엄청 뜨거운 물이 얼굴 등 온몸을 강타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하니 욕탕이 굴뚝처럼 좁아 피할 공간은 없고 칸막이 유리문을 뚫고 나올 수도 없고 거의 갇힌 채 산채로 익혀질 뻔하다.
침착성을 유지해 손잡이를 돌려 다행히 약간 데는 듯 마는 듯 정도로 끝나다.
목숨을 건 샤워를 마치고 어둠이 깔린 거리로 나와 화려하게 네이 반짝이는 템플 바를 둘러본다.
커다란 레스토랑에 들어가 일본 브라질 축구를 보면서 소스를 많이 친 갈비 비슷한 것 먹으며, 앞 쪽 자리에 10명 정도 되는 발랄한 아가씨들이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맥주 한잔을 음미하다.
‘기네스 흑맥주는 그리 내 입맛에는 맞지 않고’ 반쯤 먹다 원래 맥주 시켜먹다.
템플 바 안에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나 정도나이는 가게 주인이나 건강한 체격의 어께 비슷한 사람들이 전부. 어린애도 중년도 노인들도 별로 없이 그만 그만한 나이의 젊은이들로만 채워진 곳.
그래서 열기, 활력, 어느 정도의 치기가 거리에서도, 바에서도, 선술집에서도 어디에서나 충만 되어 있고 나는 주변인이 되어 그 젊은 남녀들이 환성을 지르고 얘기하고 즐기는 모습을 관찰 할 뿐 동참하지는 못하다.
템플 바, 오코넬 거리를 걸으며 여기저기를 들러보기도 하다.
숙소에 들어와 옷을 보니 소스가 많이 튀어있고 깨끗이 빨아 널고 프론트에다 5시 모닝콜, 5시 40분 택시 콜을 부탁하고 침대에 들어가 오늘 하루를 끝내고 잠에 빠지다.

H,E,L
새벽부터 어긋 져 피곤과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이 약화.
지하철에다 짐 놔두고 온 것, 비행기 놓친 것, 더블린 일정이 어긋난 것, 목욕하다 데일 뻔하고, 순간순간 불확실성과 모험과 문제 해결의 하루.
쭉정이 더블린의 하루.
비싼 비행기 값 들여 귀한 시간 할애하고, 고생고생 해, 더블린에 내가 존재하게 한 하나님의 의도는 무엇인가.
지금은 모르겠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밝혀지리라.
- 마드리드 가는 기차에서 24일 7. 18p.m -